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울 때 플라스틱 랩이나 용기를 그대로 쓰면 화학물질이 음식으로 이행한다는 우려는 근거가 있다.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를 마이크로파로 가열했을 때 의도적으로 첨가된 물질 최소 42종, 비의도적 첨가 물질 100종 이상이 식품 모사액으로 옮겨간 것이 연구에서 확인됐다. 검출된 물질의 종수가 곧 인체 위해를 뜻하지는 않으며, 농도와 노출 조건에 따라 실질적 위험의 크기는 달라진다.

플라스틱 가열 시 화학물질이 음식으로 옮겨가는 현상

플라스틱을 가열하면 용기나 랩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이 접촉한 식품 쪽으로 옮겨간다. 이를 '이행(migration)'이라 부른다. EatingWell의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랩이 음식에 직접 닿아 있거나, 온도가 높고 가열 시간이 길수록, 기름기가 많은 음식일수록 이행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랩이 녹아 음식에 달라붙거나 미세 입자와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븐보다 전자레인지에서 이행량이 더 많다

UBC(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진이 플라스틱 가열 방식에 따른 오염물질 이행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파 가열에 노출된 식품 모사액에서 대부분 물질의 이행량이 오븐 가열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p<0.05). 같은 플라스틱 용기라도 전자레인지로 가열할 때 더 많은 물질이 음식 쪽으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Food Safety Magazine이 소개한 보고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를 식품 모사액과 함께 가열하자 의도적 첨가 물질 최소 42종과 비의도적 첨가 물질 100종 이상이 모사액으로 이행됐다(Food Safety Magazine 보고서 원문 기준; 두 수치를 합산한 값은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다).

가열 방식 이행 확인 물질 비고
마이크로파(전자레인지) 의도적 첨가 물질 최소 42종 + 비의도적 첨가 물질 100종 초과 오븐 대비 대부분 물질의 이행량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p<0.05)
오븐(건열) 전자레인지보다 이행량 적음 비교 기준

플라스틱 용기 가열 방식별 식품 모사액으로의 물질 이행 수준

종수가 많다고 곧바로 위험하지는 않다

이행된 물질이 100종을 넘는다는 수치는 눈에 띄지만, 그것이 곧 위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검출된 물질 농도가 규제 한계치 이하라면 실질적인 건강 위험은 크지 않을 수 있다. UBC 연구를 포함한 이 계열의 실험들은 실제 식품이 아닌 아세트산·이소프로판올 같은 식품 모사액을 사용했다. 실제 음식 조건에서의 이행량이 실험 결과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열 시간·온도·용기 종류에 따라서도 이행 정도는 크게 달라진다.

이행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화학물질 이행 자체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이행을 줄이려면 랩이 음식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간격을 두거나, 플라스틱 대신 전자레인지용 유리·도자기 용기를 쓰면 된다.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Microwave Safe)' 표시가 있는 제품이라도 이행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므로, 고온·장시간 가열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연구 결과는 원문·원 출처와 대조해 확인했다.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 이력에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