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이 끝난 빨래를 세탁기 안에 잠깐 두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이 곰팡이 포자를 옷에 옮기는 경로가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왔다. 세탁기 자체가 곰팡이의 저장소이자 전파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위험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며, 실제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은 사람마다 다르다.

세탁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2024년 PubMed Central에 게재된 연구는 피부사상균의 일종인 마이크로스포룸 카니스(Microsporum canis)의 털과 포자에 노출된 세탁물을 네 가지 보관 방식으로 나눠 관찰했다. 건조하게 보관하든 젖은 채로 두든, 처음에 포자에 닿지 않았던 직물 전부에서 오염이 확인됐다. 배양 접시당 300 CFU(집락형성단위, 살아있는 균 덩어리 수)를 넘겼고,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전이 위험은 동등한 수준이었다.

같은 해 MDPI에 실린 공중 세탁기 교차오염 연구에서는 세탁기가 빨래에 약 1,000 CFU/mL의 곰팡이를 옮길 수 있음이 드러났다. 오염원이 없는 시험용 수건에서도 진균이 검출됐다. 세탁기 자체가 전파 경로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젖은 빨래일수록 곰팡이가 빨리 자란다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오염이 발생했지만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건조 상태로 보관했다가 다시 세탁하는 경우 곰팡이가 성숙한 포자체를 만드는 데 배양 후 7~10일이 걸렸다. 젖은 빨래를 젖은 환경에 두었다가 다시 젖은 세탁물과 함께 세탁한 경우에는 4~5일로 단축됐다. 습도가 높을수록 증식이 빠르다는 뜻이다.

세탁 후 빨래에서 쉰내가 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젖은 상태로 세탁기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생물이 번식할 조건이 갖춰진다.

보관 조건 미접촉 직물 오염 포자 성숙까지 걸린 시간
건조→건조 확인됨 7~10일
습→습 확인됨 4~5일
건조→습 확인됨 7~10일
습→건조 확인됨 7~10일

오염이 곧 감염은 아니다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피부 감염이나 무좀으로 이어질 확률을 수치화한 연구는 아직 없다. 감염 여부는 면역 상태, 해당 균의 생존력, 세탁 온도와 세제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면역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라면 소량의 포자에 노출된다 해서 반드시 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25년 NIH에 게재된 세탁기 미생물 생태 연구는 세탁 전 의류 자체가 세탁기 내 미생물 군집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탁기에 옷을 넣기 전 단계에서도 오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지만, 이 연구는 세탁 후 방치 상황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다. 세탁 후 방치와 교차오염 사이의 연결고리는 아직 일부만 확인된 상태다.

세탁기 곰팡이를 줄이려면

세탁이 끝나면 가급적 빨리 꺼내 건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사용 후 세탁기 뚜껑을 열어두면 내부 습기가 빠져 곰팡이가 자리 잡기 어렵다. 드럼 안쪽 고무 패킹과 세제 투입구를 정기적으로 닦는 것도 빠뜨리기 쉬운 관리 포인트다.

이 기사에 인용된 수치와 연구 내용은 원문 논문을 직접 대조해 확인했다. 오류가 있을 경우 정정 이력에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