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면류관 9줄이냐 12줄이냐 — '대군부인'이 놓친 건 디테일이 아니었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종영 이틀을 앞두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026년 5월 15일 방영된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제후국 예법의 구류면류관과 '천세' 산호가 그대로 방송에 나갔고, 제작진과 주연배우 전원이 줄줄이 사과문을 내놓았다.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3.8%로 막을 내렸지만, 논란은 종영 뒤에도 수습이 진행 중이다.

편집부 · 2026.06.06 · 4분 읽기
culture 카테고리 대표 이미지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종영 이틀을 앞두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026년 5월 15일 방영된 11회 즉위식 장면에서 제후국 예법의 구류면류관과 '천세' 산호가 그대로 방송에 나갔고, 제작진과 주연배우 전원이 줄줄이 사과문을 내놓았다.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3.8%로 막을 내렸지만, 논란은 종영 뒤에도 수습이 진행 중이다.

면류관 9줄이 담은 의미

면류관의 줄 수는 단순한 복식 디테일이 아니다. 동아시아 의례 체계에서 십이면류관은 황제, 구류면류관은 제후를 상징한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새 군주가 제후국 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황제에게 바치는 '만세' 대신 제후국 산호인 '천세'를 외친다는 건, 허구의 대한민국이 어느 나라의 아래에 있다는 함의를 시청자에게 남긴다. 이 장면에 더해 극 중 인물들이 중국식 다도법을 사용하는 장면도 논란에 포함됐다.

유지원 작가는 논란 발생 5일 만인 5월 19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즉위식에서 지적받은 구류면류관과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은 조선 의례를 현대에 적용하면서 고려했어야 할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박준화 감독은 같은 날 종영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변명의 여지 없이 제작진 대표해서 가장 큰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istorical text and reference documents about East Asian ritual regalia spread across a research desk.

사과문이 이어진 닷새

논란이 확산되자 대응은 빠르게 이어졌다. 제작진은 5월 16일 종영일 당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재방송·VOD·OTT 수정을 예고했다. 아이유와 변우석은 5월 18일 각자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아이유는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썼다.

배우 이재원의 소속사는 같은 날 5월 21일로 예정됐던 종영 인터뷰 취소를 발표하며 "현재 작품을 둘러싼 여론과 상황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출연진 전원이 종영 인터뷰를 불참하게 됐다. 대본집 출판사 오팬하우스 스튜디오 오드리는 PDF 수정본을 배포하고 초판 구매자에게 실물 수정 스티커를 발송하기로 했다. 수정본에서 '천세'는 '만세'로, 복장 표기는 '십이장복·면류관'으로 교체됐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5월 17일 디즈니플러스에 공식 시정 서한을 발송했다. 5월 20일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어 자막·음성과 일본어 자막에서 '천세' 표현이 삭제됐다. 다만 일본어 음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완전한 시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OTT 웨이브도 수정 영상으로 서비스 중임을 확인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드라마 속 한 장면, 한 자막, 한 표현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실제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짚었다.

A production meeting scene with costume and historical consultants reviewing script pages with marked corrections.

고증 비용이 문제인가, 시스템이 문제인가

전문가들의 반응은 단순한 실수 차원을 넘어섰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SNS에서 "배우들 출연료는 몇 억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 원으로 왜 퉁치려 하냐"고 직격했다. 약 3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제작비와의 대비가 선명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MBC 방송사 자체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 연출, 작가, 배우 모두 사과했지만 방송사의 공식 성명은 나오지 않았고,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해외 유통 지원 관련 정부 지원금 회수 가능성을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해당 지원금이 제작비가 아닌 해외 쇼케이스 지원 성격이어서 실제 환수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Multiple digital screens showing synchronized updates across broadcast, streaming, and publication platforms with edited content.

시청률 13.8%가 남긴 질문

드라마는 첫 방송 시청률 7.8%에서 출발해 매회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최종회에서 전국 기준 13.8%, 수도권 기준 14.1%로 마쳤다.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드라마가 역사 왜곡 논란을 안고 끝났다는 사실 자체가 K콘텐츠 산업에 던지는 질문이다.

웹소설 프리퀄에서도 5월 17일 '천세' 표현이 수정됐다. 드라마 본방, 재방, OTT, 대본집, 웹소설까지 수정 작업이 이어지는 범위는, 이 논란이 단발성 실수가 아니라 제작 전반의 구조적 공백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유통되는 지금, 고증 검수 체계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가 다음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공유XFacebookLinkedIn네이버 블로그

관련 기사 — 문화

culture 카테고리 대표 이미지

문화월드컵·K힙합·방산까지 — 2026년 6월, 세 개의 무대가 동시에 오른다

올여름 6월 11일, 북중미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FIFA 월드컵이 역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막을 올린다. 같은 날 충북 충주에서는 K-힙합·K-POP·트로트를 아우르는 나흘짜리 무료 복합 문화축제가 동시 개막한다. 여기에 2년째 갈등을 이어오던 국내 지상군 방산전시회 두 곳이 6월 5일 통합 개최에 전격 합의하면서, 이 여름은 스포츠·문화·방산 세 무대가 겹쳐 돌아가는 이례적인 계절이 됐다.

2026.06.06 · 5
culture 카테고리 대표 이미지

문화아이돌이 셔츠 하나 입었을 뿐인데 — 무신사 거래액 3배 뛴 사연

5월 마지막 주, 박지후·송혜교·장원영·금새록 등 여러 배우와 아이돌이 각자의 데일리 스타일링을 SNS에 잇따라 공개하며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사진 한 장이 팬덤 소비로 직결되는 '손민수'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NCT WISH 리쿠가 착용한 레터리 셔츠는 착용 후 일주일 무신사 거래액이 직전 주 대비 세 배 이상 뛰었다.

2026.06.06 · 4
culture 카테고리 대표 이미지

문화BTS 5년 만에 AMA 대상 — K문화는 왜 '유행'이 아니라 '생태계'인가

BTS가 5년 만에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를 다시 거머쥔 날, K팝 관련 트로피 11개가 라스베이거스 시상대에 올랐다. 가상 걸그룹의 노래가 '올해의 노래'를 탔고, 한·미 합작 그룹이 주요 부문을 나눠 가졌다. 음악을 넘어 관광·식품·다큐멘터리까지 확장된 이 흐름이 단발성 유행이 아닌 이유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26.06.06 · 4
culture 카테고리 대표 이미지

문화지효는 미국 R&B로, 마마무는 완전체로… K팝 베테랑들의 각자 다른 귀환법

마마무가 3년 8개월의 공백을 끝내고 6월 4일 스페셜 싱글 '4WARD'로 완전체 컴백을 예고했다. 서울 콘서트 선예매는 오픈과 동시에 3회차 전석이 매진됐다. 같은 시기 트와이스 지효는 미국 R&B 아티스트 제네비브와 피처링으로 이름을 올렸고, 위하준·GOT7 진영은 드라마 라인업에서 각자의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2026.06.06 · 4
←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