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나흘간 24만 83명을 끌어모으며 대회 사상 최다 관람객 기록을 새로 썼다. 전년 대비 33% 늘어난 수치다. PGA 투어 정규 대회 10주년을 맞은 이 골프 이벤트가 어느새 미국 텍사스에서 K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골프 대회 스폰서에서 문화 플랫폼으로 — 10년의 경로
CJ그룹이 PGA 투어에 뛰어든 건 2017년이다. 초기엔 제주도에서 열린 정규 대회 스폰서로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개최지를 미국으로 옮겼고, 2023년부터는 텍사스주 맥키니 TPC 크레이그 랜치로 자리를 옮기며 바이런 넬슨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올라섰다. 이름도 지금의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 됐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대회의 정체성은 조용히 바뀌었다. 골프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CJ가 공들인 무대는 코스 바깥에 있다. 750㎡짜리 K라이프스타일 체험관 '하우스 오브 CJ'가 그 무대다. 지난해보다 20% 넓어진 공간에 비비고, 올리브영, 뚜레쥬르, 프리미엄 증류주 '자리(jari)', K스트리트푸드 브랜드 '두루미'가 한자리에 들어섰다.
750㎡에서 벌어진 일들 — 수치로 읽는 하우스 오브 CJ
올해 하우스 오브 CJ에서 처음 선보인 건 브랜드 부스만이 아니었다. AR 인터랙션과 인터랙티브 포토존 같은 몰입형 디지털 콘텐츠가 처음 도입됐다. 갤러리가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수치로 나왔다. 팝업 스토어의 식음·기념품 수입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회 현장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올해 첫 글로벌 경영 행선지로 텍사스를 택했다.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과 함께 하우스 오브 CJ, 비비고·올리브영 부스, CJ 호스피탈리티를 직접 돌아봤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더 CJ컵을 단순한 골프 대회를 넘어, 미국 내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대회 총 상금은 1,030만 달러(약 151억 원)이며 144명이 출전했다. 우승은 미국의 윈덤 클라크가 가져갔다. 최종 합계 30언더파 254타. 트로피는 직지심체요절을 형상화한 한글 트로피와 특별 제작 카우보이 모자로 구성됐다. CJ그룹 후원 팀 소속 김시우는 27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임성재는 공동 9위였다.
화려한 흥행 뒤에 남는 물음들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 회장은 같은 자리에서 "지금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리딩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도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이 행사의 긴장감을 다르게 읽히게 한다. 흥행 신기록이 연속으로 쌓이는 행사에서 나온 말로는 다소 의외다.
K콘텐츠의 인기가 상업적 확장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PGA 투어라는 플랫폼이 세련된 마케팅 무대임은 분명하지만, 그 갤러리가 올리브영의 실제 소비자로 전환되는 경로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관람객 증가와 팝업 수입 상승이 고무적이기는 해도, 이를 지속 가능한 브랜드 자산으로 쌓아가는 과정은 별개의 과제다. 일각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스포츠 스폰서십 효과는 반복 노출의 누적에서 비롯된다"며 단기 지표보다 장기 인지도 변화를 봐야 한다고 짚는다.
텍사스에서 패서디나로 — 다음 마일스톤
CJ는 더 CJ컵을 거점으로 오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글로벌 1호 오프라인 매장이 이달 말 문을 열 예정이며, LA 웨스트필드 등 복수 매장 추가 개점도 추진 중이다. TPC 크레이그 랜치와의 개최 계약은 2033년까지 체결돼 있어 적어도 7년치 무대는 확보된 셈이다.
2017년부터 이어온 '브릿지 키즈' 유소년 골프 육성 프로그램도 올해 16명의 주니어 선수에게 PGA 선수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며 CSR 활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회가 지역 사회와 맺는 접점이기도 하다. 더 CJ컵이 2025년 PGA 투어로부터 '베스트 타이틀 스폰서 상'을 받은 배경에는 이런 문화·지역 연계 스폰서십 모델이 있다. 이 회장의 말처럼 "한국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려면, 텍사스의 흥행이 패서디나 매장 방문객으로, 그리고 실질적인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