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비지수가 2026년 3월 134.42포인트를 기록하며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고, 조합원 분담금은 한 가구당 7억~8억원에 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한도시정비포럼 3차 세미나는 이 숫자들이 현장에서 어떤 갈등을 빚고 있는지, 그리고 제도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짚었다.
공사비 급등, 숫자로 본 현장의 무게
레미콘혼화제 가격은 연초 대비 최대 30%, 단열재는 최대 40%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하반기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를 조정할 계획이지만, 현장의 비용 상승은 이미 조합 살림을 뒤흔들고 있다. 잠실진주 재건축은 최초 계약 대비 6360억원이 증가해 총공사비가 1조3817억원에 달했다. 한 단지의 증액분만으로 중소 도시 기반시설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2차 세미나(2026년 3월 19일)에서 "84㎡의 순수 공사비만 6억원을 웃돌고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분담금 7억~8억원은 기본"이라고 밝혔다. 시공사 수주 단가가 3.3㎡당 900만원대를 이미 넘어선 상황에서 소형 단지나 초고층은 1000만원 선도 뚫렸다는 분석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재건축 승인을 받아도 비용 부담 탓에 이익보다 리스크가 더 커 보이는 국면이다.
검증 건수는 늘었다, 그런데 충분한가
한국부동산원은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라 정비사업 공사비 적정성 검증을 담당한다.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증액 비율이 기준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제도 첫 해인 2019년에는 2건 처리에 그쳤지만, 2022년 이후 공사비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연간 30건대로 올라섰고 2024년에는 36건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긍정적 반응도 있다. 한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은 "공공기관에서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조합 입장에서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조합이 독자적으로 건설사 견적을 검토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제3의 공공기관이 중립적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한 기능이다.
다만 3차 세미나에서는 검증 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거론됐다. 검증이 완료돼도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는 현행법상 명확하지 않다. 검증 결과 자체가 강제력을 갖지 않아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시각 — 제도 만능론을 경계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의 한계보다 더 큰 문제를 지목한다.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경매로 넘어가거나 조합 거버넌스의 안정성이 무너지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증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오히려 분쟁의 공식 기록으로 남아 사업 지연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해외 설계사 유치와 상가 갈등 문제도 의제에 올랐다. 해외 유명 설계사를 단지에 유치하면 공사비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되고, 상가 조합원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사업 속도를 늦춘다는 현실적 문제다. 공사비 급등은 단순히 건자재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 전반의 비용 구조가 함께 움직이는 복합 방정식이라는 점이 세미나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다음 마일스톤 — 포럼이 쌓아온 것들
대한도시정비포럼은 2026년 1월 1차 세미나를 시작으로 5개월 만에 세 차례 논의를 이어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정석 정림건축 사장, 이능복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기획이사 등 실무·정책·법률 전문가들이 고정 참석하면서 민관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의 표준시장단가 조정 시점이다. 하반기 조정 결과가 나오면 현재 논의 중인 검증 기준 개편 논의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그 전에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또 하나의 변수다. 포럼 참석자들이 4차 세미나에서 어떤 숫자를 들고 나타날지가 이 논의의 다음 장을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