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K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단일 카테고리를 벗어났다. 패션·뷰티·의료기기·패키징 소재가 도쿄와 상파울루에 동시에 발을 내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 기준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이 됐다.
도쿄 핵심 상권, 팝업이 아닌 '거점'으로
2026년 4월 26일, 도쿄 하라주쿠. 무신사가 운영하는 K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약 59평 규모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일본 첫 독립 매장이었다. 같은 달 시부야에서 열린 무신사 도쿄 팝업 스토어는 사전 예약자 2만 명을 모았고, 오픈 3일 만에 누적 방문객 1만 3000명을 넘겼다. 사전 예약자의 70%는 일본 Z세대였다.
젝시믹스는 한 달 앞선 3월에 도쿄 오모테산도 힐즈에 일본 5호점을 열었다.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 쇼핑몰에서다. 일본법인장 이정훈은 "오모테산도 힐즈점과 오사카 쿼츠 신사이바시점이 동서부 양대 축으로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두 곳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배경엔 방일 외국인 급증이 있다. 2025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42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연간 기준 처음으로 4000만 명을 넘긴 수치다. K콘텐츠 열풍과 맞물려 하라주쿠·오모테산도·신주쿠 상권에서 K브랜드 매장은 빠르게 늘었다. 계명대 경영학과 이호택 교수는 "서울과 도쿄를 동시에 와본 외국인 사이에서도 해당 브랜드의 힘이 더 크게 전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매장이 일본 내 영업 거점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노출 창구가 된다는 시각이다.
브라질로 향한 의료기기와 뷰티 소재
도쿄와 같은 시기, 지구 반대편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2026년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Hospitalar 2026에 국내 25개 의료기기 기업이 한국관을 꾸렸다. 나흘간 542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상담 금액은 2457만 달러에 달했다. 현장 계약도 5건, 19만 달러가 성사됐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최석호 부장은 "ANVISA 획득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인증 지원 기관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의료기기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시장이다. 다만 ANVISA(국가위생감시국), INMETRO, ANATEL 세 기관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인허가 구조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2024년 6월 ANVISA가 '규제 의존' 정책을 시행하면서 한국 식약처 GMP 인증서를 브라질에서도 인정하게 됐고, 이후 진출 시도가 본격화됐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5월 28일 서울에서 ANVISA 규제당국자를 초청해 국내 기업 10여 곳과 간담회를 열었다. 원장 이정림은 "규제당국과 직접 소통하며 실질적인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고 총평했다.
K뷰티 성장은 패키징 소재 업계도 움직이게 했다. 한솔제지는 5월 27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스모뷰티 서울 2026에 참가해 종이 기반 패키징 솔루션과 친환경 연포장재 '프로테고'를 공개했다. 화장품 수출 202개국 확대, 브라질 수출 115.1% 증가라는 수치는 포장재 수요의 다변화도 뜻한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K뷰티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기술을 제품화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짚어둘 게 있다. 도쿄 플래그십 전략은 임대료와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 하라주쿠·오모테산도 핵심 상권의 단독 매장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장기 검증이 필요하다. 팝업이 화제가 된 뒤 정규 매장으로 전환할 때의 집객 지속성이 관건이라는 평가도 있다.
브라질 의료기기 시장도 낙관하기 이르다. ANVISA 규제 의존 정책이 시행됐다지만, 실제 인허가 소요 기간이 단축됐다는 공식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다. 수출 초기 현장 계약 19만 달러는 상담 실적 2457만 달러에 비해 성약률이 낮다. 인증 취득과 현지 유통망 확보는 별개의 과제다. 스위트스팟과 일본 CCC의 MOU처럼 현지 플랫폼과의 구조적 협력이 동반되어야 지속 가능한 진출이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스위트스팟 대표 김정수는 "한·일 양방향으로 브랜드와 콘텐츠가 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다음 마일스톤
2025년 화장품 수출 대상국은 172개국에서 202개국으로 늘었다. 한 해 만에 30개국이 추가됐다. 도쿄의 플래그십이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다시 본국으로 브랜드를 퍼뜨리는 구조가 이 숫자를 설명하는 실마리 중 하나다. 젝시믹스의 추가 매장 개장, ANVISA 인허가 결과, 코스모뷰티 이후 친환경 패키징 수출 계약 성과가 하반기 확인해야 할 지점들이다. K브랜드 해외 진출의 흐름이 넓어진 건 분명하다. 속도와 깊이는 이제 각 카테고리별로 따로 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