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I 파일럿에 미래를 걸겠다"… KAI가 꺼낸 카드, KF-21 넘어 카일럿까지

KAI가 올해 안에 처음으로 매출 5조 원 고지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새 수장 김종출 사장 취임 직후 KF-21 양산 1호기가 활주로를 떠났고, 전략사령부와의 MOU로 AI·무인체계 로드맵이 구체화됐다. 방산 바깥에서는 LG이노텍의 AI 기판 라인이 비수기에도 풀가동되며 같은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편집부 · 2026.06.06 · 4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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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9일 오전, 경남 사천 KAI 본사 강당에는 군복 대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김종출 신임 대표이사의 취임식이었다.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으로 37년을 방산 현장에 쏟아온 그는 단상에서 짧게 말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은 위기이자 기회."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문장이었지만, 그가 뒤이어 꺼낸 구체적인 목록이 분위기를 바꿨다.

취임과 함께 꺼내든 포트폴리오

김 사장이 이날 공개한 미래 사업 방향은 기존 KAI의 영역을 세 방향으로 확장한다. AI 파일럿과 유무인 복합체계(MUM-T), 무인기·드론·유도무기체계, 그리고 우주사업이다. 그는 "AI 파일럿과 MUM-T, 무인기와 드론, 우주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 선언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근거가 필요했다.

KAI는 이미 2023년부터 AI 파일럿 'K-AILOT(카일럿)' 개발에 착수했다. AI·빅데이터·자율제어 기술을 묶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와 차세대공중전투체계(NACS)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쌓는 작업이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5월 29일 KAI가 전략사령부와 체결한 MOU는 그 빈칸을 채우는 시도다. 소요 결정 단계부터 민·군이 공동으로 미래 전력을 발굴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조다. 최종원 KAI 전략본부장은 "이번 협약은 대한민국 미래 전략전력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짚었다.

A conference room with business-suited officials seated at a table signing a memorandum of understanding document.

KF-21이 증명한 숫자들

취임 6일 뒤인 3월 25일, 사천 본사 활주로 옆에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 출고식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후 일정이다. 출고 22일 만인 4월 15일, 1호기는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다. KAI는 2026년 하반기 공군 인도를 목표로 초도 물량 40대를 2028년까지, 총 120대를 2032년까지 배치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 숫자도 뒷받침된다. KAI의 2026년 매출 가이던스는 5조 7306억 원으로, 전년 실적인 3조 6964억 원 대비 58.1% 증가한 수치다. 수주 가이던스는 10조 4383억 원, 전년 대비 63% 늘어난 규모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5조 원대를 예고한 수치다. 방산 수요 증가와 KF-21 양산이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숫자들이다.

방산 바깥에서도 비슷한 파동이 관측된다. LG이노텍의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기판 공급 부족 수혜 구간에 본격 진입했다.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은 29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급증했고, 매출 5조 5348억 원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회사 CFO 경은국 전무는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5년 내 광학솔루션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Close-up of hands holding technical blueprints and semiconductor circuit board designs spread across a workspace.

장밋빛 전망이 놓치는 지점

다만 짚어둘 게 있다. KAI의 가이던스가 야심 찬 만큼, 실현 조건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KF-21 수출은 아직 계약 단계가 아니다. 블록1 기준 약 8300만 달러(약 1200억 원)로 공개된 가격은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방산 계약 특성상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외교 변수, 기술이전 조건, 유지보수 생태계가 함께 움직인다. AI·무인체계 기술도 개발 착수와 실전 배치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

LG이노텍의 급등 기대치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KB증권은 5월 27일 목표주가를 120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올렸고, DB증권은 6월 2일 65만 원에서 185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증권사 분석이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건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AI 기판 공급 부족이 해소되거나 경쟁사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 수혜 구간의 두께가 얇아질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향후 5년간 패키지솔루션 관련 매출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공급 부족 지속과 고객사 수요가 동시에 충족될 때의 시나리오다.

An expansive view of an aerospace factory floor with multiple aircraft fuselages in various assembly stages under industrial lighting.

두 산업이 만나는 지점

방산과 반도체 기판은 산업 코드가 달라 보이지만, 지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AI 기반 전력 체계를 구현하려면 고성능 연산 기판이 필요하고, 그 기판 수요가 데이터센터만이 아니라 군사 시스템으로도 뻗어나가는 구조다. KAI가 카일럿과 MUM-T 개발에 AI 기술을 녹이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부품·소재 생태계가 지금 LG이노텍 같은 기업들이 구축하는 것과 겹친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두 곳이다. KAI는 2026년 하반기 KF-21 공군 인도 여부와 수출 협상 진행 상황, LG이노텍은 비수기인 2분기 이후에도 풀가동 기조가 유지되는지다. 두 숫자가 함께 움직인다면, 지금의 기대치가 단순한 가이던스 이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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