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K-브랜드의 해외 마케팅은 박람회 부스를 벗어나 현지 페스티벌·틱톡샵·팝업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다. 서울푸드 2026에서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고, 하이트진로는 태국 해변 뮤직페스티벌에서 진로 제품 2만 4천 개를 하루 만에 소진했다. K-팝 그룹과 틱톡 알고리즘을 동원한 공세가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동시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박람회 부스에서 현장 마케팅으로
한국 식품·뷰티 브랜드가 해외에서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이라면 대형 박람회에 부스를 열고 바이어를 기다렸다. 지금은 현지 소비자가 모이는 공간에 직접 뛰어든다. 이 전환이 2026년 들어 유독 선명해졌다.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이 식품·뷰티 소비재 수출과 연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영국의 외식 트렌드 기관 Bidfood는 2026년을 'K-푸드가 주류 식문화로 전환되는 원년'으로 규정했다. 또 하나는 틱톡샵이 동남아에서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가 완성됐다는 점이다.
유럽을 겨냥한 공식 라인업
정부와 민간이 유럽에 투입한 자원은 상당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5월 네덜란드 PLMA 박람회에 한국관을 열어 HMR·냉동식품·김치·소스류 등을 유럽 바이어에게 선보였다. 같은 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남유럽 신시장 공략 행사를 별도로 개최했다. 두 행사를 합쳐 918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aT 프랑크푸르트지사장 임희영은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발굴과 마케팅 지원을 통해 K-푸드의 유럽 유통망 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6월 16일에는 aT와 K-팝 그룹 엔믹스(NMIXX)의 협업이 공식 발표됐다. 유럽 MZ세대를 겨냥한 프로젝트로, K-팝 팬덤을 K-푸드 소비자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같은 날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K푸드쇼의 메인 슬로건은 '냉동김밥과 떡볶이, 세계의 식탁으로'였다.
6월 9일부터 12일까지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푸드 2026에는 49개국 1,800개 식품기업이 참가했다. 예상 수출 상담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60% 증가한 6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 개막 행사에서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K-컬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K-푸드 같은 소비재 수출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6년 K-푸드 수출 목표를 160억 달러로 잡았다.
동남아를 뚫은 틱톡과 페스티벌
동남아 전선의 성과는 더 즉각적이었다. K-뷰티 브랜드 스킨1004는 1월 인도네시아 '틱톡 써밋 2026'에서 FMCG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하고 '2025 베스트 슈퍼 브랜드 데이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말레이시아 틱톡샵에서는 입점 4개월 만에 '탑 라이징 뷰티&헬스 셀러 어워즈'를 받았고, 2025년 11월 메가 세일 기간 거래액이 전월 대비 278.6% 증가했다. 5월 27일 인도네시아 틱톡샵에 올린 '센텔라 테카' 라인 세 종은 출시 첫날 세럼·에센스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하이트진로의 현장 마케팅은 더 직접적이었다. 6월 6일 태국 코사멧 섬에서 열린 '새멧 인 러브 뮤직 페스티벌 2026'에 후원사로 참여해 1만 4천 명의 관객 앞에서 진로 제품 2만 4천 개를 완판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 진로의 인지도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 18일부터 21일까지는 방콕 클럽 '무인방콕'에서 '진로 루나버스' 팝업을 열어 현지 MZ세대 접점을 이어갔다.
다만 짚어둘 변수들
성과 지표가 가시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지금의 수치 상당수는 '상담 규모'이거나 단기 이벤트 매출이다. 6억 5천만 달러 수출 상담이 실제 계약과 선적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전환율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K-컬처 팬덤을 구매 전환으로 이어가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도 미지수다. 스킨1004의 말레이시아 틱톡샵 성장이 메가 세일 시즌에 집중됐다는 점 역시 주의해서 볼 대목이다.
유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다르다. 유통망 정착을 위한 현지 인증, 물류 비용, 바이어와의 장기 관계 구축은 K-팝 협업 마케팅과 별개의 체력을 요구한다. aT가 유럽 현지 지사를 통해 인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 신호지만, 실제 진열대 확보까지의 시간과 비용은 단기 상담 성과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올해 하반기 주목할 마일스톤은 두 가지다. 엔믹스 협업 유럽 캠페인의 실제 판매 연동 데이터가 공개될 시점, 그리고 서울푸드 2026 수출 상담이 연내 계약 건수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다. 정부 목표치인 160억 달러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가 이 공세의 실질적 성적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