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300석 소극장에서 토니상 6관왕까지 — K뮤지컬이 세계 무대를 바꾸는 방식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학로 소극장을 넘어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대만 무대까지 동시다발로 진입하고 있다. 2025년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에서 작품상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초연 뮤지컬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참여형 뮤지컬 '헝키쇼'는 2026년 9월 대만 첫 해외 공연을 확정했다. 수출 품목이 늘고 진출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K뮤지컬의 지도는 빠르게 다시 그려지고 있다.

편집부 · 2026.06.19 · 4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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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학로 소극장을 넘어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대만 무대까지 동시다발로 진입하고 있다. 2025년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에서 작품상 포함 6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 초연 뮤지컬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참여형 뮤지컬 '헝키쇼'는 2026년 9월 대만 첫 해외 공연을 확정했다. 수출 품목이 늘고 진출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K뮤지컬의 지도는 빠르게 다시 그려지고 있다.

대학로 300석에서 시작된 여정

2016년 대학로 소극장. 300석짜리 극장에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처음 올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그때만 해도 소수 관객의 취향을 타는 작품이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25년 6월, 이 작품은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 무대에서 토니상 트로피를 여섯 개 들어올렸다. 한국에서 초연된 뮤지컬이 토니상 작품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게 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일본 극단 토호(TOH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의 해외 라이선스 수출을 성사시켰다. 2018년에는 '팬레터'가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대만 무대에 올라 오리지널 한국 배우 초청 공연을 선보였다. 이 흐름이 쌓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진출로 이어진 셈이다.

A small 300-seat intimate theater interior from 2016, with worn velvet seats and minimal stage setup.

지금 무대에 올라가 있는 작품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이 이 흐름의 정점처럼 보이지만, 현재 진행형인 작품도 적지 않다. '팬레터'는 2022년 중국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한 이후 매해 현지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2025년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베스트 라이선스 뮤지컬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을 수상했다. 2024년 일본 라이선스 초연도 오다시마 유시 번역희곡상 작품상·번역상을 받았다.

브로드웨이를 바라보는 작품도 있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가 브로드웨이 진출을 준비 중이고,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다이어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여신님이 보고 계셔' 세 편은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앞두고 있다. 한 시즌에 이 정도 규모의 동시 도전은 이전엔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Hands holding a gleaming trophy on a grand Broadway stage, with orchestral musicians visible in the pit below.

참여형 뮤지컬 '헝키쇼'의 대만 진출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아라컴퍼니가 제작한 이 작품은 여성만 입장할 수 있는 관람 조건과 관객 참여 방식이 결합된 화이트코미디 뮤지컬로, 국내 예매 평점 만점을 기록했다. 2026년 9월 대만 무대가 첫 해외 진출이다. 대형 수출작이 아니라 독특한 포맷의 중소 규모 작품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제도적 인프라와 남은 변수

정부와 지원 기관도 이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6 K-뮤지컬국제마켓이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열린다. 6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미국·영국·중국·일본·대만 핵심 권역 프로듀서들이 참가하며, 글로벌 피칭 세션을 영국·일본·중국·대만 4개국으로 확대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정부의 뮤지컬 분야 지원금이 늘면서 내년에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진출 건수가 늘었다는 사실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췄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다. 대만은 타이페이·가오슝·타이중 공공극장을 중심으로 한국 뮤지컬을 투어 형태로 초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안정적인 라이선스 계약보다 단발성 초청 공연에 머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팬레터'처럼 다년간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하며 현지 시상식 수상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기준선이 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A collage of theater marquees and promotional posters from multiple cities—New York, London, Taipei, Shanghai—illuminated at dusk.

제작 역량의 불균형도 변수다. 대형 제작사가 주도하는 해외 진출과 중소 규모 작품의 시도 사이 간극은 여전히 크다. 지원 공모나 마켓 참가가 발판이 되려면 해외 프로듀서와의 실질적 계약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가 더 축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뮤지컬국제마켓은 7월 3일 서울에서 막을 내린다. '헝키쇼'의 대만 공연은 9월로 예정돼 있다. 올해 하반기, 진출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는지가 이 흐름의 다음 좌표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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