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2026년 6월 12일 나스닥(티커 SPCX)에 상장하며 75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장중 5만9100달러까지 밀렸고, 금값은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IPO와 주요 자산 동반 하락이 같은 시간표 위에 놓였다.
역대 최대 IPO, 그 규모를 먼저 짚다
스페이스X의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 공모 물량은 5억5560만 주였다. 총 조달액 750억 달러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 IPO(256억 달러)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7700억 달러로, 미국 상장사 중 7위에 해당한다.
눈에 띄는 건 소매 투자자 비중이다. 이번 공모 물량의 약 30%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됐다. 대형 IPO에서 개인 비중이 통상 5~10%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다. 실제로 소매 투자자 주문만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스페이스X는 2025년 연간 매출 186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순손실은 49억 달러였다.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매출의 57%인 106억 달러를 차지한다. 상장 전 SEC 공시 기준으로 비트코인 1만8712 BTC(IPO 당시 기준 약 12억 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공개됐다.
비트코인 급락, 세 가지 충격이 겹쳤다
6월 1일만 해도 비트코인은 7만1000달러 수준이었다. 나흘 뒤인 6월 5일 장중 5만9100달러까지 밀렸다. 24시간 내 청산 규모는 17억5000만 달러,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35만 명을 넘었다.
하락을 촉발한 요인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스페이스X를 포함한 대형 기술기업 IPO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해석이 시장에 퍼졌다. 둘째,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가 5월 26일부터 31일 사이 코인당 평균 약 7만7135달러에 32 BTC를 매도해 약 250만 달러를 현금화했다. '비트코인 무한 매수'로 알려진 기업이 처음으로 매도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 심리를 자극했다. 셋째,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10~11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출됐으며, 1주일간 약 34억 달러가 빠져나가 ETF 출시(2024년 초) 이후 최대 주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금값도 함께 빠졌다. 2026년 1월 29일 온스당 559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금은 6월 11일 4022달러까지 내려앉아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과 중앙은행 매도 압력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ETF 유출, 수요 이탈로 보기 어렵다"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을 단순히 스페이스X IPO로의 자본 이탈로 읽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시그넘 디지털 자산 은행의 파비안 도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ETF 순유출을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수요 이탈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가 근거로 든 건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이다. 통상 암호화폐 시장에서 수요가 실질적으로 빠져나갈 때는 스테이블코인 공급도 함께 줄어드는데, 이번엔 그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유출의 성격을 수요 이탈이 아닌 캐리 청산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 시각이 하락의 규모를 가볍게 만드는 건 아니다. 최고가 대비 52.7%라는 낙폭은 단기 포지션 청산만으로 설명하기엔 크다. 구조적 원인과 단기 수급 변수가 뒤섞인 국면이라는 분석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연말까지 2400억 달러 흡수 전망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이 끝이 아니다. 시장 분석가들은 오픈AI, 앤트로픽의 IPO까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총 24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성장 자산 쪽으로 흡수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규모가 현실화된다면 암호화폐와 귀금속 시장에 지속적인 수급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 입장에서 다음 지표로 살펴볼 건 스테이블코인 공급 추이와 ETF 자금 흐름의 방향 전환 시점이다. 대형 IPO 이후 시장 유동성이 다시 암호화폐로 복귀하는 흐름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하반기 가격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