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6월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일요일(14일)에 서명될 예정이며 호르무즈 해협이 서명 후 즉시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재국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같은 날 양측이 평화 합의 틀에 합의했으며 전자 서명을 준비 중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마일 바가에이는 "MOU 서명의 정확한 날짜는 지켜봐야 한다"고 공식 반박했다.
4개월 전쟁이 협상 테이블까지 온 경위
2026년 2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10~15일 안에 핵 합의를 타결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란이 응하지 않자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선제 타격하며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작전은 이란 핵 프로그램 저해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4월 8일 트럼프가 2주 조건부 휴전을 선언하면서 협상 공간이 열렸다. 4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협상이 열렸으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로 결렬됐다. 이후 5월 26일 이란이 카타르에 협상단을 파견하고 240억 달러 동결자산 해제를 MOU 체결 조건으로 공식 요구하면서 협상이 재가동됐다. 합의문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공동 중재했으며, '이슬라마바드 합의(Islamabad Agreement)'라는 명칭이 붙을 것으로 알려졌다.
MOU 골격과 숫자로 본 핵심 쟁점
이번 MOU의 뼈대는 세 가지다. 60일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즉시 개방, 이란의 핵무기 미보유 원칙 재확인 및 농축우라늄 처리 방안 합의다. 핵 세부 사항은 2단계 협상으로 이월된다. 6월 12일 이란 메르 통신이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초안 합의문을 공개했고, 미국 측 소식통도 CBS에 세부 내용을 전하며 윤곽이 드러났다.
자산 해제 문제가 가장 뜨거운 변수다. 이란은 MOU 체결과 동시에 해외 동결자산 240억 달러(약 36조 원) 전액 해제를 요구했다. 서명 즉시 120억 달러, 나머지는 60일 내 송금을 주장하는 구조다. 이란 최고지도자 측근 모흐센 레자이는 CNN 인터뷰에서 "종전 협상 타결은 동결된 이란 자금 240억 달러의 해제에 달렸다"고 못 박았다.
유가는 이 협상 흐름을 이미 반영했다. 5월 27일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5.3% 하락한 배럴당 94.29달러를 기록했고, WTI는 5.6% 빠진 88.68달러로 90달러 선을 내줬다. 브렌트유의 5월 월간 낙폭은 약 19달러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월간 하락폭이었다.
미국의 반론 — "이행 먼저, 제재 완화는 그다음"
미국은 이란의 자산 해제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는 입장을 유지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제재 완화는 이란의 약속과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핵 프로그램 축소와 국제 사찰단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란이 요구하는 '서명과 동시 자산 해제'와는 정면 충돌하는 구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합의가 오바마 행정부의 JCPOA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나의 이란 합의는 핵무기로 가지 못하게 막는 벽"이라는 표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러나 합의문이 아직 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주장은 검증을 기다리는 선언에 머물러 있다. 이란은 6월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새 핵 합의 제안을 한 차례 거부하고 오만 중재를 역제안한 전례도 있다.
호르무즈 정상화, 서명 이후에도 최소 4개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시장이 기대하는 공급 정상화는 즉각 오지 않는다. UAE 국영 에너지기업 ADNOC의 최고경영자는 전쟁 전 수준의 80% 회복에 최소 4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로 기뢰 제거와 선박 운항 재개, 보험 시장 복구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다음 분기점은 서명 여부 자체다. 트럼프의 발표와 이란 외무부의 공개 부인이 엇갈린 상태에서, 14일 실제 서명이 성사되는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서명 이후에는 60일 휴전 기간 내 자산 해제 협의와 핵 프로그램 검증 방식 합의라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린다. 두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유가 하락이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실물 효과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