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이 동시에 선출된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 없이 단독 선거로 치러지는 만큼, 후보들은 공약으로만 유권자와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선거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21일 이후 각 지역에서 TV 토론과 출정식, 정책연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약의 네 가지 공통축
AI 교육, 기초학력 강화, 교권 보호, 돌봄 확충. 전국 17개 시·도 어느 지역 교육감 후보의 공약집을 펼쳐도 이 네 가지는 빠지지 않는다. 큰 방향이 같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후보마다 세부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충남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은 모두 AI 기반 맞춤형 교육과 기초학력 강화를 핵심으로 제시했지만, 복지·디지털 혁신·공동체·안전 중심으로 각자 다른 강조점을 내세웠다. 세종교육감 선거 역시 4명의 후보가 AI 대응, 학력 신장, 돌봄 강화라는 공통 방향을 공유하면서도 재원 투입 방식과 교권 보호 철학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건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다. 첫 주민직선 교육감이 선출된 2007년 부산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은 15.3%에 불과했다. 2024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은 23.5%에 그쳤다. 낮은 투표율은 교육감 선거의 오랜 과제로, 이번에도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역별 공약,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경기도교육감 재선에 도전하는 임태희 후보는 AI 관련 공약을 가장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편이다. 디지털 시민역량교육 실천학교 100교, 디지털 창의역량교육 실천학교 250교, AI 중점학교 200교 운영이 골자다. 여기에 챗GPT와 제미나이 유료 버전을 연계한 '교육 전문 AI 비서' 플랫폼 '지원이(G-ONE)'를 교직원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임 후보는 "디지털 공간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디지털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기도 학생의 디지털 역량 2수준 이상 비율은 84.6%, 디지털 시민교육 만족도는 83.8점으로 집계됐다. 초등돌봄 공약도 내놓았다. 2025년 30곳이던 '온동네 돌봄교육센터'를 20곳 추가해 총 5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침돌봄 참여자 증가율이 500% 이상에 달하고, 전체 맞춤형 돌봄 참여 학생 수가 15만 4500명으로 84% 증가한 현황을 발전 근거로 제시했다.
인천에서는 후보마다 AI 교육 색깔이 뚜렷하게 갈린다. 도성훈 후보는 읽기·걷기·쓰기와 AI를 결합한 '읽걷쓰 AI'를, 임병구 후보는 AI 윤리 교육 강화를, 이대형 후보는 인천 미래 AI 교육원 신설과 구도심 자기주도학습센터 20개소 설치를 내세웠다. 전남과 광주가 합쳐진 통합특별시의 초대 통합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후보가 미래 산업과 교육의 결합을, 이정선 후보가 수당·장학금·돌봄센터 등 체감형 공약을 강조하며 맞붙고 있다. 김대중 후보는 출정식에서 "미래 산업과 교육을 결합해 지역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충청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각 '벨트'를 형성했다. 충청권 보수 성향 후보인 오석진(대전)·강미애(세종)·이명수(충남)는 5월 20일 세종시청에서 공동 정책연대를 선언하며 "AI·디지털 전환 시대와 학령인구 감소, 지역 간 교육격차, 학생 정신건강, 교권 침해 등 교육 현안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후보들(충북 김성근, 대전 성광진, 충남 이병도, 세종 임전수) 역시 벨트를 구성해 맞불을 놓았다.
서울 토론장의 열기, 그리고 공약 평가의 시선
서울에서는 5월 22일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교육감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직전 선거 득표율 10% 이상이거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인 후보 3인—정근식, 조전혁, 한만중—이 참석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학생인권조례 존폐였다. 조전혁 후보는 폐지를 주장했고, 정근식·한만중 후보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한만중 후보는 "지금 서울 교육은 단지 관리나 유지가 아니라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격차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학인 후보는 "사는 곳이 계급이 된 현실을 깨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근식 후보와 경기도의 안민석 후보는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맞춰 '교권 3대 회복 정책'을 공동 발표하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교권 보호 정책을 임기 첫날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약의 완성도에 대한 외부 평가는 엇갈린다. 5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공약평가에서는 서울 진보 진영 예비후보들이 사교육·대학 서열체제·교육격차 등 주요 현안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나, 구체적 실행 경로와 재정 계획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평가는 진보 진영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공약 목표치는 넘치는데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지 밝힌 후보는 드물다.
유권자가 따져야 할 질문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게 있다. 교육감은 광역 교육 행정의 수장이지만, 권한의 범위는 생각보다 좁다. 대입 제도나 교육과정 편성 같은 사안은 교육부 소관이다. 교육감이 직접 집행할 수 있는 영역은 학교 환경, 교원 배치, 지자체와 연계한 돌봄·복지 사업, 그리고 예산 운용 정도다. AI 교육원 신설이나 플랫폼 도입 공약이 화려해 보여도, 실제 구현에는 예산 확보와 교육부·지자체 협력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6월 3일 투표 전, 후보 공약을 볼 때 '무엇을 하겠다'보다 '어떤 권한으로, 어떤 재원으로'를 함께 확인하는 게 유용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 사이트에서 후보별 공약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