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첫해, 전국 일반고 1,703곳의 학업중단 통계가 예사롭지 않은 수치를 가리켰다. 고1 학업중단자가 1만 450명으로 집계되며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선을 돌파했다. 5년 전 같은 수치가 5,015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9등급제에서 내신 1등급은 상위 4%를 뜻했다.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1등급 범위는 상위 10%로 넓어졌다. 언뜻 유리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반대다. 2등급 범위도 기존 상위 11%에서 상위 11~34%로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1등급에 들지 못하면 그 다음은 34%권까지 뭉뚱그려지는 구조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9등급제 시절엔 수시 기준 3등급(약 7만 5,547명 규모)이면 서울 소재 대학 합격권이었다. 5등급제로 바뀐 지금은 1.8등급(약 7만 2,815명) 수준은 돼야 서울권 대학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들은 1등급에서 밀려나 2등급(상위 34%)을 받을 경우 주요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치·약대 진학 기준도 달라졌다. 9등급제에선 1.3~4등급이면 지원이 가능했지만, 5등급제에선 1등급 초반대를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검정고시 응시자 2만 명 돌파, 31년 만의 수치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향하는 곳은 검정고시 시험장이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고졸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는 2만 2,355명으로, 1995학년도 4만 2,297명 이후 3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1만 2,439명과 비교하면 6년 사이 1.8배로 늘었다.
수능 응시자 전체 규모도 커졌다. 2026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5만 4,174명으로 전년 대비 3만 1,504명 증가했으며,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N수생(검정고시 포함)은 18만 2,277명으로 역대 최대 인원이었으나, 고3 재학생 수도 동반 급증하면서 비율은 32.9%로 전년(34.8%) 대비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검정고시를 통해 4년제 대학에 합격한 학생 수도 2020년 5,913명에서 2025년 9,828명으로 5년 새 1.7배 증가했다. 자퇴 후 검정고시 루트가 실제 합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략적 자퇴, 실제로 유리한가
다만 이 경로가 모든 학생에게 유효한 전략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28 대입 개편을 앞두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내신을 일정 비율 반영하기로 하면서, 자퇴 후 수능 전략의 실효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내신 없이 수능 점수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검정고시 출신에게는 상당한 불확실성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서울 강남권 자사고의 한 입학 담당 교사는 "최근 대학들의 입시 요강을 보면 내신을 예전보다 더 중시하기 때문에 자퇴생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수치로 보면 전체 고교 학업중단자 수는 2025년 1만 8,661명으로 전년(1만 8,498명)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고1 자퇴가 급증한 반면 전체 증가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은, 고2·고3 단계에서는 학교에 남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제도가 만든 이탈, 다음 변수는 2028
고교 학업중단자 수는 2020년 9,504명에서 2021년 1만 2,798명으로 한 차례 급등한 뒤, 2023년 1만 7,240명, 2025년 1만 8,661명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단발성 이탈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다. 5등급제라는 제도 변화가 그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는 게 현재까지의 분석이다.
다음 변수는 2028 대입 개편이다. 주요 대학의 내신 반영 비중 확대가 구체화되면, 지금의 '전략적 자퇴' 계산법은 다시 쓰여야 한다. 고1 학생과 학부모가 2025년 기준으로 세운 전략이 2028년에도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2026년 하반기 이후 각 대학이 발표할 2028 대입 전형 계획이 이 흐름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