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목적의 GLP-1 계열 주사제가 한국 의약품 시장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처방 건수를 쌓아가고 있다. 주머니에서 매달 수십만 원이 나가는데도 수요는 꺾이지 않는다. 이 역설적 현상의 이면에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 그리고 한국 건강 정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 맞물려 있다.
두 약이 만든 처방 지형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2025년 6월까지 누적 39만 5,379건 처방됐다. 같은 해 8월 뒤늦게 시장에 합류한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는 출시 석 달 만인 11월 월간 처방 건수에서 위고비를 추월했고, 2026년 4월에는 월 20만 건 벽을 처음 넘었다. 같은 기간 마운자로의 누적 처방은 26만 5,326건을 기록했다.
두 약 모두 비만 치료 목적으로 쓸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위고비 저용량(0.25~0.5mg) 시장가는 월 22만~28만 원 수준이고, 마운자로 고용량(7.5~10mg)은 월 52만 원 안팎에 달한다. 영국 NHS가 BMI 35 이상 환자에게 GLP-1 치료제를 공보험 중심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규제와 급여 사이의 이중 기조
비용 부담이 커도 처방이 늘자 정부는 먼저 접근 경로를 조였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12월 2일 비만치료제 5종의 비대면 진료 처방을 제한했고, 2주 뒤인 12월 16일에는 전면 금지로 강도를 높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위고비·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안건 상정을 추진 중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점에 공감하며,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관리 대책을 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규제 강화 흐름은 분명하다. 그런데 같은 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26년 3월 마운자로에 대해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 목적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만 치료 적응증은 평가 대상에서 빠졌지만, 같은 성분의 약이 용도에 따라 전혀 다른 정책 경로를 걷게 된 셈이다.
규제만이 답인가 — 다른 목소리들
이 지점에서 의료계 안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선별급여를 통해 본인 부담을 95%까지 높이더라도, 일단 급여권에 진입시켜야 심평원의 청구 시스템을 통해 처방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남용을 막으려면 막는 것보다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비용 장벽이 있음에도 처방이 급증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논쟁의 핵심을 건드린다. 접근을 차단해도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음성 경로나 의학적 감시망 밖의 처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급여 진입에는 재정 부담과 남용 기준 설정이라는 선결 과제가 남는다. 어느 쪽도 간단하지 않다.
건강 기준도 바뀌는 중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논의와 별도로, 국가 영양 정책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2월 31일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개정하며 단백질 에너지 적정비율을 기존 7~20%에서 10~20%로 상향했다. 탄수화물 적정비율은 55~65%에서 50~65%로 낮아졌다. 고령화와 근감소증 예방이라는 인구 구조적 맥락이 숫자 안에 담겨 있다.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도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헤모힘 당귀등 혼합추출물은 개별인정형 원료로서 면역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식약처 인정을 받았으며, 피로 개선 임상시험 결과가 천연물의약품 전문 학술지 '파이토메디신플러스'에 게재됐다. 한국·러시아에 관련 특허 등록도 마쳤다. 기능성 주장을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를 쌓아 가는 방향은 건기식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중이다.
비만치료제의 처방 급증, 규제 강화와 급여 논의의 동시 진행, 영양 섭취 기준의 재설정까지 — 이것들은 따로 움직이는 사안이 아니다. 비용·효과·형평성을 동시에 따지는 방향으로 한국의 건강 관리 정책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다음 분기점은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여부와, 마운자로 당뇨 급여 등재의 구체적 조건 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