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김밥 식중독의 원인으로 마요네즈가 지목되는 경우가 많지만, 식품 전문가들은 시판 마요네즈가 오히려 균 증식을 억제한다고 본다. 진짜 문제는 조리자의 손·피부에 서식하는 황색포도상구균과 달걀 껍데기의 살모넬라균이다. 이 두 균은 맨손 조리와 실온 방치만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한번 만들어진 독소는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
마요네즈가 억울한 이유
시판 마요네즈에는 식초가 들어간다. 덕분에 수소이온농도(pH)가 낮고 수분 활성도도 떨어져, 부패균이나 병원성 균이 살아남기 어려운 산성 환경이 만들어진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마요네즈는 부패균이나 병원성 균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어 안전성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고 설명한다. 냉장 보관하지 않은 유통 기한 내 제품이라면, 마요네즈 자체가 식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왜 마요네즈가 범인처럼 여겨져 왔을까. 달걀이 들어간 재료가 주범이라는 사실이 맞는데, 그 경로가 완성된 마요네즈가 아니라 달걀을 직접 다루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달걀 껍데기에는 살모넬라균이 서식할 수 있고, 이를 만진 손이 씻기지 않은 채 김밥 재료 전체에 닿으면 교차오염이 일어난다.
진짜 원인균, 어디서 오나
황색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코·목·피부·손에서 50% 이상 검출된다. 맨손으로 김밥을 만들 때 이 균은 자연스럽게 재료로 옮겨간다. 문제는 세균 자체가 아니라 세균이 만들어내는 엔테로톡신(장독소)이다. 이 독소는 100℃에서 30~60분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세균 자체는 80℃, 30분이면 죽지만, 이미 생성된 독소는 재가열로 없앨 수 없다는 뜻이다.
살모넬라균은 35~40℃에서 가장 빠르게 증식한다. 갓 지은 뜨거운 밥과 결합해 김밥으로 말아놓으면, 속 온도가 이 범위를 오래 유지한다. 특히 달걀 지단을 만든 뒤 손을 씻지 않고 밥을 쥐거나, 달걀을 숙성·보관하던 통을 충분히 세척하지 않으면 교차오염 경로가 그대로 열린다. 2021년 경기 분당구의 김밥 전문점 두 곳에서 276명이 집단 식중독을 겪었을 때, 조사 결과 환자 가검물과 행주·도마·달걀 숙성통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달걀 교차오염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약 30분에서 8시간 안에 메스꺼움과 구토가 시작된다. 포도구균 식중독은 세균을 삼키는 게 아니라, 세균이 만든 독소가 든 음식을 먹어서 발생한다. 증상이 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도와 시간이 위험을 키운다
여기서 짚을 게 있다. 균의 수가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지를 보면, 실온 방치가 왜 위험한지 실감할 수 있다.
25℃ 상온에 김밥을 두면 3시간 후 황색포도상구균은 3배로 늘고, 8시간 뒤에는 25배가 된다. 30℃에서는 3시간 후 5.4배, 8시간 후에는 무려 310배까지 증가한다. 35℃에서 6시간 방치하면 최대 10만 CFU/g까지 도달할 수 있다. 식중독 발생 기준을 훌쩍 넘는 수치다.
냉장 보관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 명예교수는 "냉장 보관은 세균 증식을 늦출 뿐 이미 생성된 독소나 균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보관 전에 이미 독소가 생성됐다면, 냉장고에 넣어도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예방의 핵심, 손과 시간 관리
식약처가 권고하는 김밥 안전 조리 요령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김밥처럼 더 이상 가열하지 않는 음식은 맨손 조리를 금지하고 위생장갑을 착용한다. 장갑은 재료가 바뀔 때마다 교체하는 게 원칙이다. 둘째, 달걀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달걀 껍데기와 접촉한 손이 다른 재료에 닿으면 교차오염이 바로 일어난다. 셋째, 칼과 도마는 재료별로 구분해 사용한다. 달걀 조리용과 채소·밥 용도를 섞어 쓰는 순간 오염 경로가 열린다. 넷째, 조리 후 2시간 안에 먹는다. 야외에서 아이스박스 없이 보관하는 행동은 기온이 높을수록 위험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이 오염된 식품은 냄새나 맛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상 없어 보이는데"라는 판단이 가장 위험한 판단이다. 도시락을 챙길 때는 조리 과정의 위생과 보관 온도 두 가지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 경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