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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에 굳이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 이유... 인삼 사포닌과 발한 원리가 답이다

2026년 초복은 7월 17일이다. 한국인은 해마다 이날 가장 뜨거운 음식 중 하나인 삼계탕을 찾는다. 뜨거운 걸 먹으면 더 더워질 것 같다는 직관과 달리, 발한을 통한 체온항상성 유지와 인삼 진세노사이드의 면역 작용이 이 선택을 뒷받침한다.

편집부 · 2026.06.06 · 4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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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복은 7월 17일이다. 삼복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하는 날로, 이날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뜨거운 국물을 더운 날에 마신다는 발상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수백 년에 걸쳐 정제된 경험과 과학적 원리가 함께 담겨 있다.

삼복의 기원과 초복의 의미

삼복(三伏)의 개념은 기원전 중국 진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진나라 덕공이 사대문 밖에 개고기를 걸어두고 복사(伏祠)를 처음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에는 조선시대에 이 풍습이 정착했고, 궁중에서는 삼복이 되면 높은 벼슬아치에게 얼음과 고기를 하사하는 관행이 있었다.

초복은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立秋)로부터 첫 번째 경일로 정해진다. 이 계산 방식 때문에 초복은 해마다 7월 11일에서 20일 사이에 오게 된다. 2026년에는 그 날이 7월 17일에 해당한다.

삼계탕은 본래 '계삼탕'으로 불렸다. 닭이 주재료이고 인삼이 부재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삼이 더 귀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명칭이 뒤집혔고, 현재의 삼계탕 형태는 1900년대 인삼 대중화 이후 자리를 잡았다. 본격적인 대중화는 1970년대 이후다.

Close-up of raw ginseng root and garlic cloves laid on a wooden cutting board before preparation.

이열치열의 과학 — 발한과 체온항상성

이열치열(以熱治熱)은 단순한 민간 격언이 아니다. 국가유산청은 "더위는 더위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원리는 우리 몸의 기본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한의학적 설명은 이렇다. 더운 여름에는 체내의 열이 피부 아래로 몰리면서 내장 쪽이 상대적으로 냉해진다. 이 상태에서 차가운 음식을 계속 섭취하면 위장 기능이 더 약해져 기력이 떨어지기 쉽다. 뜨거운 음식으로 따뜻한 기운을 내장 안으로 불어넣어야 균형이 잡힌다는 논리다. 동의보감은 닭고기가 성질이 따뜻해 오장을 안정시키고 몸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과학적 메커니즘도 이를 뒷받침한다.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면 땀샘이 자극되어 발한(發汗)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피부 표면의 열이 기화하며 체온이 낮아진다. 체온항상성(homeostasis)이 회복되는 것이다. 여기서 의외의 포인트가 있다. 차가운 음료가 순간적인 청량감을 주는 것과 달리, 뜨거운 국물은 발한을 통해 더 지속적인 체온 저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Hands pouring hot broth into a clay pot filled with chicken and medicinal ingredients on a stove.

삼계탕 재료의 영양학적 근거

삼계탕의 힘은 재료 각각의 효능이 모인 데 있다.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100g당 약 22.9%(닭가슴살 기준)에 달하면서 지방은 전체 평균 4.8%에 불과해 소화와 흡수가 빠르다. 닭가슴살 100g에는 카르노신과 앤서린을 합해 1,223mg의 펩타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항산화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인삼의 역할은 더 구체적으로 규명돼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인삼에는 진세노사이드라 불리는 사포닌 성분을 비롯해 단백질, 다당류 등 유용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면역력 증진·피로 개선·항산화 작용이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홍삼에 대해 면역력 증진, 피로 해소, 혈행 개선, 기억력·집중력 증진 등의 기능성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건국대 나승열 교수는 2024년 국제천연물과학회(ICSB) 세미나에서 "홍삼의 사포닌 등 다양한 성분들이 혈행 개선,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 등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마늘과 황기도 빠뜨리기 어렵다.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황기는 땀이 지나치게 흘러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재료 하나하나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다.

Overhead view of a finished samgyetang bowl with condensation on the rim, seated on a Korean dining table during summer season.

모두에게 맞는 음식은 아니다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적합한 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을 먼저 살피도록 권한다.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의 경우, 인삼 대신 황기를 쓰거나 차가운 성질의 녹두를 더해 체내 열을 조절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인삼이 오히려 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조언은 여전히 임상 연구보다 한의학 이론에 근거한 부분이 크다. 개인 체질 진단이나 만성 질환 보유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정 건강 상태에 있는 경우라면 전문가 상담을 먼저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2026년 초복을 기점으로 삼계탕 소비는 이전 해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예측한다. 최근 수년간 초복 전후 2주 동안 닭고기 소비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해온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계탕을 먹는 이유가 문화적 전통에서 비롯됐든, 영양학적 근거에서 비롯됐든, 2026년 7월 17일 초복에도 그 냄비는 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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