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60일 휴전 연장·호르무즈 해협 무료 개방을 골자로 한 MOU 초안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핵 문제의 MOU 포함 여부와 호르무즈 통제권을 놓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며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는 40% 이상 올랐고, 협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공급망 교란의 파장은 커지는 양상이다.
전쟁 발발과 해협 봉쇄의 경위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를 개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전면 금지하며 봉쇄로 맞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가 오가는 통로로, 하루 2,000만~2,100만 배럴이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한다. 봉쇄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초 이란의 '무조건 항복'만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같은 달 전쟁 경제 비용 완화를 위해 러시아산 석유 판매 제한을 일시 해제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4개국 외교장관은 3월 말 이란 측 제안을 지지하고 나섰고,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조건부 2주 휴전이 성립됐다.
MOU 초안의 내용과 쟁점
5월 23일(현지시간) 악시오스는 미·이란이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무료 전면 개방을 핵심으로 한 MOU 초안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5월 24일 트루스소셜에 "협상이 대체로 타결됐으며 곧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게시했다. 초안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 기뢰를 제거하고,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며 일부 제재 면제를 통해 이란의 원유 자유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이다.
짚어둘 게 하나 있다. MOU 초안의 내용에 대해 미국 측과 이란 측 버전이 갈린다는 점이다. 미국 측 버전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고농축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폐기 협상 참여 의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 반관영 매체는 핵 문제는 MOU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도 협상 테이블의 주요 변수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40kg 전량의 해외 반출과 향후 20년간 농축 금지를 요구해왔다. 이란은 5년 유예를 제안했고, 현재 12~15년이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시도에 대해 "그런 방안을 추진한다면 외교적 합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 반론과 경제 충격의 현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미국과 무관한 이란과 연안국 간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 이란 대사 사이드 쿠제치는 "트럼프가 지금 가장 힘들어하고 압박을 받는 것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군사 재개 카드를 병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배경엔,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에 따른 제재 완화' 원칙이 자리한다.
에너지 충격의 규모는 이미 상당하다. 두바이유는 전쟁 전 배럴당 72달러에서 103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두바이유가 브렌트유 대비 15~20%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가격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95%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타격이 직접적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한국 제조업 평균 생산 비용은 약 0.71% 증가한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를 경우 세계 CPI가 5.8% 급등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그는 "비료 가격은 이미 30~40%가 올랐고 식량은 물론 그 외 산업들도 극심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IMF의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전쟁 이후 3.1%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다음 분기점은 어디인가
트럼프는 5월 10일경 이란의 종전안을 "용납 불가"로 거부하며 "휴전은 가장 취약한 상태다.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5월 11일 오만에서 열린 미·이란 4차 협상은 3시간 이상 진행 후 대화 지속에만 합의했다. 5월 23일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무니르가 테헤란 방문 후 "최종 합의에 근접한 고무적 진전"을 발표하면서 타결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MOU가 체결되더라도 핵 문제는 별도 협상 트랙으로 넘어가며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통제권에 대한 이란의 근본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60일 휴전은 시간을 버는 장치에 그칠 수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을 지원한 개인·기업들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리며 경제 압박을 병행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영국 하원 도서관도 이번 협상의 주요 의제로 호르무즈 항행 자유,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재 완화, 장기 평화 협정 네 가지를 꼽으며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