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현지시간)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웃돌자, 연준 금리 인상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며 나스닥이 4.18% 폭락했다. 전날 브로드컴 실적 실망 쇼크로 이미 흔들리던 반도체 섹터가 이중 충격을 받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 넘게 무너지며 약 1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공포는 국내 시장으로 즉각 전이돼 코스피가 장중 6.26% 급락하고 달러-원 환율이 1,560원선을 돌파했다.
이미 금이 간 벽, 브로드컴이 때렸다
이번 충격은 하루 만에 터진 사건이 아니다. 4월 29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3.5%~3.75% 범위에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투표 결과는 8대 4.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5월 들어 리치먼드 연은 총재 토머스 바킨은 "연준이 최근 공급 충격을 금리 인상 없이 지나칠 수 있을지는 기업과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가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공개 발언했다. 4월 FOMC 의사록에도 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추가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고 강조한 내용이 담겼다.
6월 2일에는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베스 해맥이 "최근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시장은 이미 긴장 상태였다. 여기에 6월 4일 장 마감 후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공개하자 장전 거래에서 14.6% 폭락했고, 그 충격이 반도체 섹터 전반으로 번졌다.
숫자가 보여 준 6월 5일
고용지표 발표는 방아쇠를 당겼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실업률은 4.3%였지만, 신규 일자리 수 17만2000명이 시장의 예측 범위(약 8만~8만5000명)를 압도했다. 강한 고용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여지가 생겼다는 신호로 읽혔다.
채권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34%로 올랐고, 30년물은 5.021%로 다시 5%선을 넘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도 7bp 상승해 4.115~4.132%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3% 이상, 마벨 테크놀로지는 6.9% 하락했다.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존 빈은 "브로드컴의 실적 부진은 시장의 눈높이가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영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충격은 태평양을 건넜다. 코스피는 장 초반 8,100선이 무너지며 6.26%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이날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2020년 3월~4월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긴 연속 순매도 행진이다. 달러-원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54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장중 1,560원선도 뚫었다.
공포만 있는 건 아니다 — 다른 시각
다만 짚어둘 게 있다. 6월 16~17일 예정된 FOMC에서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현재 시장 컨센서스상 낮게 평가된다.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금리 인상 공포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것과, 연준이 실제로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몬티스 파이낸셜 CIO 데니스 폴머는 "두 달 넘게 쉼 없이 달려온 AI 장세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번 조정이 지정학 리스크와 AI 랠리 과열이 겹친 '숨 고르기' 국면일 수 있다고 봤다. 고용 지표가 강하다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와는 다른 방향이기도 하다. 시장이 받아들이는 공포와 경제 펀더멘털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다음 분기점: 6월 FOMC와 인플레이션 지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일정은 6월 16~17일 FOMC 회의다. 연준이 동결을 유지하더라도 성명문과 기자회견에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두는지가 핵심이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연준 내 논의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란 관련 지정학 상황도 변수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흐름의 반전 여부와 환율 안정이 선행 조건이다. 달러-원이 1,560원대에 머무는 한 외국인 자금 유입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FOMC 이전에 발표될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 지표 결과가 단기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