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연 5.07%로 올라서며 3년 7개월 만에 5%대를 넘어섰다.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2822억 원으로 전달 말 대비 1조5000억 원 가까이 급증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일상화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물가·금리·환율이 동시에 가계를 압박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 바꾼 외환시장
2026년 2월 26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25.8원이었다. 이틀 뒤인 2월 28일 중동 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외환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3월 3일 장중 고가 기준 1,500.4원으로 처음 1500원선을 돌파했고, 5월 22일 주간거래 종가는 1,517.2원이었다.
2026년 들어 종가 기준 1500원을 넘긴 거래일은 18일,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24차례에 달한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2년 동안 1500원 초과 종가 거래일이 14일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빈도가 얼마나 이례적인지가 드러난다.
외국인 투자자는 5월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023억 원을 순매도하며 12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달러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 동시에 누적되는 상황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같은 날 공동 성명을 통해 "달러·원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주담대·마이너스통장에서 드러나는 숫자들
고정금리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월 말 4.12%에서 5월 22일 4.24%로 올랐다. 5월 11일에는 일시적으로 4.152%를 기록하며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 흐름이 주담대 금리에 그대로 반영됐다. 5대 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월 22일 기준 연 4.53~7.13%로, 3월 말 대비 상·하단이 각각 0.12%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매일 대출 금리 산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표 금리가 하루 단위로 흔들리면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 책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41조 돌파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생겨도 마이너스통장을 상환하지 않고 주식 투자금으로 묶어두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밝혔다. 빚을 갚을 여력이 생겨도 갚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환율 상승이 물가로 전이되는 경로
환율 급등은 금리 압박에서 그치지 않는다. KDI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르면 즉시 근원 소비자물가를 0.07%포인트 끌어올리고, 물가 관성까지 반영하면 장기적으로 0.37%포인트 상방 효과가 생긴다. 2월 말 대비 환율 상승폭이 이미 9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 추정치는 현실적 경고에 가깝다.
국제유가도 변수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WTI는 5월 22일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98.11달러를 기록했다. KDI는 올해 원유 도입 단가(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91달러로 전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했는데, 유가가 이 전제를 이미 웃돌고 있다. KDI는 환율 전이 효과까지 반영하면 헤드라인 CPI가 2.4% 내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비)은 이미 2.6%를 기록했다.
5월 28일 금통위, 동결이되 긴장은 다르다
한국은행은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연 2.50%를 유지하고 있다. 4월 금통위까지 7차례 연속 동결이었다. 5월 28일 8번째 금통위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동결을 전망하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환율 급등이 겹치면서 '매파적 동결' 가능성, 즉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담은 동결 시나리오가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연설에서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성장 경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단방향 처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짚어둘 건,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높이면 이미 5%를 넘어선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5월 28일 금통위 결정과 그 이후 발표될 통화정책 방향문이 이번 국면의 단기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