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6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 8047.51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8000선에 안착했다. 장중 최고 8131.15까지 오른 뒤 소폭 내려왔지만, 종가 기준 8000선 돌파는 이날이 처음이다. 7000선 돌파(5월 6일) 이후 불과 13거래일 만이었다.
8000 돌파까지의 경로
5월 15일에도 코스피는 장중 8046.78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날 외국인과 기관이 합산 7조 원을 순매도하면서 종가는 7493.18로 밀렸다. 두 번째 시도가 된 5월 26일, 기관이 단독으로 1조5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방어선을 지켰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6581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은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올해 1~5월 코스피 상승률은 91.0%로, G20 국가 가운데 단연 1위다. 2위 일본(29%), 튀르키예(23%)와의 격차가 두 배 이상이다.
반도체 두 종목이 시총의 절반을 움직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도 30만 원 선을 돌파했다. 두 종목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48%에 달한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SK하이닉스 201%, 삼성전자 143%다. 지수가 91% 오르는 동안 이 두 종목이 지수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속도로 뛰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이 이 흐름의 기반이다. 매출 52조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최대였다. 영업이익률 72%,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405%다. 회사 측은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은 19% 폭등해 895.88달러로 마감하며 시총이 1조100억 달러로 올라섰다. UBS가 목표주가를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3배 가까이 상향 조정한 것이 촉발제였다. 마이크론의 2분기 매출은 2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6% 늘었고, 매출 총이익률은 75%로 자체 기록을 깼다. 2026년 HBM4 공급 물량 전체가 이미 계약으로 소진된 상태다. S&P500은 7519.12(+0.61%), 나스닥은 2만6656.18(+1.1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조적 수요인가, 단기 과열인가
HBM 시장의 규모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BofA는 2026년 HBM 시장 규모를 546억 달러로 추산한다.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ASIC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82% 급증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 공급 기준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3%, 삼성전자 24%로 한국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 배경에는 빅테크의 대규모 지출이 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네 곳의 2026년 합산 CAPEX는 약 7250억 달러로 전망된다. 전년 4100억 달러에서 77% 늘어난 규모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AI 투자는 과열됐으나, 이젠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계 요인도 분명하다. 5월 15일 종가 급락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 수급이 흔들리면 지수는 하루 만에 수백 포인트를 반납할 수 있다. 증시 대기자금(고객예탁금)은 125조6000억 원으로 2024년 말 54조2000억 원에서 두 배 이상 불었다. 단기 급등 구간에서 쌓인 대기자금은 추가 매수 여력이기도 하지만, 차익 실현 압력으로도 작동한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HBM 및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 기대가 유효한 반도체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수혜가 가능한 IT하드웨어, 전력기기에 대한 선호 전략이 유용할 것"이라며 반도체 외 수혜 업종으로의 분산도 제안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2025년 91조 원에서 2026년 630조 원, 2027년 906조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코스피 목표치를 1만500포인트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9만 원, SK하이닉스를 310만 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여기서 짚을 게 하나 있다. 8000선을 이끈 동력이 두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약 97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념행사에서 "오늘 이 자리는 결승점이 아니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변곡점은 6월 빅테크 실적 시즌과 엔비디아의 차기 HBM4 공급 계획 공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