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강화하며 수도권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 시중은행 75%가 하반기 가계대출 관리 모드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규제의 공백을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로 메우는 전략을 택했다. 1금융권 진입이 어려워진 취약 차주를 겨냥한 불법 사금융 유인 문제도 동시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규제 배경 — 1993조원 잔액과 당국의 압박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4조원 늘었다. 가계대출만 떼어 보면 1,865조원 수준이다. 증가 속도는 2025년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당국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2025년 한 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32.7조원 늘어 전년(46.2조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음에도,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5.3조원의 풍선효과가 확인된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4월 1일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관리 기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실적(1.7%)보다 낮은 1.5%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는 중장기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건전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핵심 조치 — 다주택자 만기연장 금지, 사업자 대출 제재 강화
이번 방안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4월 17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 제한이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담대에서 개인 및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는 원칙적으로 만기연장이 불가능해졌다. 직접 영향을 받는 대출 규모는 약 2.7조원으로 추산된다.
사업자대출 제재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대출금을 부동산 투기 등 본래 목적 외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이 3년간 금지된다. 기존보다 제재 범위가 넓고 기간도 길어졌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2026년에도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관리 강화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18개 은행장 대상 설문(12개사 응답)에서 응답자의 75%가 하반기 가계대출을 현 수준으로 유지·관리하겠다고 답했다. 한 은행장은 익명으로 "가계대출은 총량 규제와 맞물려 실수요 중심의 보수적 관리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반기 최우선 경영 과제로는 '생산적 금융 확대'(41.7%)와 '기업금융 확대'(25%)가 상위를 차지했다.
인터넷은행의 대응 — 개인사업자 시장으로 이동
가계대출 규제가 촘촘해지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를 공통 성장 전략으로 설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국내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규모가 450조원에 달하는 만큼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현재 연 3.199%~14.079%(최대 한도 3억원)로, 비대면 방식의 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포지셔닝이다.
4월 18일에는 은행권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대환 서비스도 개시됐다.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비대면 갈아타기 서비스다. 다만 짚어둘 게 있다. 3월 18일 개인사업자 대출이동제가 첫 시행될 당시, 초기 실행액은 107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1조원 규모에 한참 못 미친 수치다. 제도는 열렸지만 수요가 즉각 따라오지 않는 흐름이 확인됐다.
규제 공백과 불법 사금융 — 취약 차주의 사각지대
1금융권 문이 좁아질수록 갈 곳을 잃은 차주가 늘어난다. 이 틈을 대부업체·사채업자의 불법 홍보와 고금리 유인이 파고든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이며,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법적으로 무효다. 그러나 법 테두리 바깥의 불법 영업은 단속 기준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는 불법 채권추심·고금리·대출사기 피해를 접수하고 있다.
규제 강화와 불법 사금융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에서 취약 차주는 이중 압박에 노출된다. 개인사업자 대환 서비스 초기 실적이 저조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제도적 안전망이 실질적 접근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주목할 시점은 6월 가계부채 분기 점검 결과다. 1.5% 증가율 목표가 상반기 실적과 얼마나 벌어지는지에 따라 하반기 추가 조치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