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거래일 만에 7,000에서 8,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14.9%)의 두 배에 육박하는 29.7%까지 치솟았다. 원칙대로라면 162조~177조 원 규모의 기계적 매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5월 28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허용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 매도 압력의 현실화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피 8,000 돌파, 무엇이 밀어올렸나
코스피는 2026년 5월 6일 사상 처음으로 7,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어 5월 15일 장중 8,000포인트를 처음 돌파했고, 5월 26일에는 종가 기준으로도 8,000포인트를 달성했다. 5월 27일 장중 고가는 8,457.09포인트까지 올라섰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89%에 달한다.
상승의 배경으로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Value-Up) 정책, 미·이란 핵 협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코스피 실적 전망치의 상향 속도가 지수 상승 속도를 크게 앞선다"고 평가했다. 지수가 오른 것이 단순 유동성 팽창이 아니라 실적 기대감에 근거한다는 해석이다.
국민연금, '29.7%'의 의미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2026년 기준 14.9%다. 전략적·전술적 허용 범위를 최대로 열어도 19.9%가 한계선이다. 그런데 5월 27일 장중 고가 기준 추산치는 29.7%까지 올라갔다. 2월 말 395.1조 원(비중 24.5%)이던 평가액이 약 535.1조 원까지 불어난 결과다. 전체 기금 운용 규모 약 1,800조 원 기준으로 최대 허용액(358.2조 원)을 넘어선 초과분은 162조~177조 원으로 추산된다.
짚어둘 게 하나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올해 초 4개월간 250조 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수익 231조 원을 넉 달 만에 초과한 수치다. 수익률은 약 16%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실장은 "지금 청년들이 큰 고갈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기금 건전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바로 그 성과가 리밸런싱 압력이라는 역설적 문제를 낳는다.
국민연금은 2026년 6월까지 리밸런싱을 한시 유예한 상태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원칙에 따른 매도가 불가피하다. 다만 5월 28일 기금운용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결정하면서 국내주식 허용 비중 상향 조정 여부도 함께 논의됐다. 이 결정이 향후 수급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다.
매도 폭탄론,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외국인은 5월 한 달 동안 코스피에서 약 41조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에 약 17.7조 원, 삼성전자에 14.6조 원이 집중됐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6월 초 순매도 폭이 축소된다면 장기적인 조정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이탈이 추세적 약세보다는 단기 차익실현 성격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 우려 역시 비중 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바클레이즈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오히려 대폭 상향하거나, 최소한 연말까지 리밸런싱을 추가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용 비중 상단을 30% 수준으로 올린다면 현재 보유 규모가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오고, 강제 매도 압력은 해소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기 자산배분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밝혔다. 비중 상향과 유예 중 어느 쪽이 채택됐느냐가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한 핵심이다.
RIA 마감일과 개인 투자자 선택
5월 28일은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일과 동시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100% 양도세 감면 마감일이기도 했다. RIA는 기획재정부가 2025년 12월 발표하고 2026년 3월 24일부터 시행한 한시적 세제 특례 계좌다.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양도소득세(22%)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 준다.
감면율은 매도 시점에 따라 다르다. 5월 말까지 100%, 7월 말까지 80%, 연말까지 50%로 순차적으로 낮아진다. 2026년 한 해에만 적용되는 한시 제도다. 대상은 2025년 12월 23일 기준 보유 해외주식이고, 1인당 매도 한도는 전 금융기관 합산 5,000만 원이다. 매도 후 1년간 자금을 인출하지 않아야 혜택이 유지된다는 조건도 있다. 혜택이 크지만 유동성 제약이 따르는 만큼, 투자 목적과 기간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금위 결정 내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IA 세부 조건은 가입 증권사의 계좌 약관과 기획재정부 세제 안내문에서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