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2684억 달러 규모로 커지는 가운데, 경구용 제품이 잇달아 FDA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패러다임이 주사제에서 경구제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2월 GLP-1 당뇨약 오젬픽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으나, 비만 치료 목적 GLP-1은 여전히 전액 비급여로 월 30만~40만 원을 환자가 전부 부담한다. 미국·프랑스·일본이 급여 확대 또는 약가 조정에 나선 것과 대조된다.
경구제 전환이 가속화하는 이유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유도하는 기전으로 당뇨·비만 치료 양쪽에서 주목받아 왔다. 기존 주사 제형의 불편함이 치료 접근을 막는 주요 장벽으로 꼽혔는데, 경구제가 그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mg은 지난해 12월 미국 FDA로부터 세계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임상 3상 결과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 307명에게 64주 투여했을 때 평균 체중 감소율 16.6%를 기록했고, 피험자의 34%는 20% 이상 감량에 성공했다. 올해 4월에는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 성분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운이 추가 승인을 받으면서 경구용 GLP-1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수치가 말하는 시장 규모
글로벌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은 2024년 548억 달러에서 2030년 2684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항비만 시장에서 경구제 비중이 2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경구용 GLP-1 기반 후보물질 63개가 개발 중이며, 이 중 4개가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글로벌데이터 제약담당 애널리스트 재스퍼 몰리는 "경구용 GLP-1 치료제 시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기회로, 이 시장의 선두주자는 상당한 보상을 얻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경구용 GLP-1 확산은 치료제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접근 방식과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바꾸는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의 임상 1상에서 최대 13.8%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고, 2026년 다국가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후발주자지만 차별화된 기전과 제형 전략으로 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급여 현황과 주요국 비교
오젬픽 2mg의 비급여 월 비용은 약 35만 원이었다. 올해 2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월 최대 7만 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 급여 기준은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병용에도 당화혈색소 7% 이상인 2형 당뇨 환자 중 BMI 25㎏/㎡ 이상이거나 인슐린 요법이 어려운 경우로 한정됐다. 비만 치료 목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요국의 방향은 다르다. 프랑스는 EU 최초로 GLP-1 비만 치료제에 65%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미국 CMS는 7월 1일부터 메디케어 파트 D 수혜자를 대상으로 특정 GLP-1 의약품을 월 50달러에 제공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GLP-1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를 이유로 약가를 25% 인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젬픽 급여 기준 논란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합리적인 의견들을 여럿 수렴했고, 반영을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제도 공백과 남은 변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기존 주사 GLP-1 치료 대상자 중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이 10% 미만으로 추산되며, 급여 체계 개편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구제가 확산될수록 이 격차는 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
약가 제도 측면에서는 변화 조짐이 있다. 올해 5월 약가유연계약제 시행에 따라 대웅제약 엔블로가 건강보험공단과 별도합의 상한금액을 계약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GLP-1 비만 치료 급여에 직접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지만, 신약 약가 협상 방식이 유연해지는 흐름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선제적 임상 전략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제도적 기반 정비가 병행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내 경구용 GLP-1 치료제 승인 시점과 비만 급여 기준 변경 여부가 향후 이 시장의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