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6월 1일 미국과의 간접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자, WTI 선물은 장중 최대 8.5%, 브렌트유는 최대 7.3% 급등했다. 5월 한 달 동안 약 20% 빠지며 배럴당 92달러대로 내려앉았던 국제유가가 단 하루 만에 방향을 틀었다. 달러-원 환율은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며 1,512.90원으로 마감했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려 4.5%까지 올랐다.
5월 낙관론이 만든 착시
국제유가는 3월 19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66달러라는 정점을 찍은 뒤 5월 들어 가파르게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이 60일 휴전 MOU에 '대체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트럼프 대통령이 5월 6일 호르무즈 상업선 호위 작전을 일시 중단하며 '협상 대진전'을 언급한 직후부터 낙관 심리가 빠르게 시장에 반영됐다. 5월 29일 브렌트유 종가는 92.56달러.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었다.
이 구간에서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건 봉쇄 해소 시나리오였다. 다만 짚어둘 지점이 있다. 국제자본시장협회 수석 고문 Bob Parker는 5월 29일 C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가 열리더라도 개방은 부분적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낙관론이 실제 공급 복원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경고였다.
협상 중단이 촉발한 6월 1일 급등
이란 혁명수비대 연계 매체 타스님 통신은 6월 1일, 이란 협상단이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을 전면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는 한 어떠한 협상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란 측 공식 입장이었다. 같은 보도에서 타스님은 "이란과 저항 전선은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및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다른 전선 가동을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WTI 선물은 장중 94~95달러에 육박했고, 브렌트유는 97달러를 돌파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전 기준으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경유하는 에너지 요충지다. 전 세계 해상 원유·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위기를 "세계 석유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한 상태다.
ING 원자재 전략 헤드 Warren Patterson은 "진전 부재는 시장이 매일 타이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6월 1일의 급등은 그 경고가 실제로 작동하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발언과 혼재하는 시장 신호
유가 급등이 일부 진정된 건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NBC에 "이란이 대화를 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 공격 중단에 합의했으며 이란과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과의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도 올렸다. 한 시간 내에 상반된 신호가 교차했다.
뉴욕증시는 혼조로 마감했다.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S&P500과 나스닥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에너지주는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의 발언이 리스크를 일시 완화했다는 해석과, 협상 구도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동시에 시장에 존재했다.
한국의 노출도는 구조적으로 크다. 수입 원유의 약 70.7%, LNG의 약 20.4%를 중동에서 조달하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달러-원 환율이 1,512.90원으로 마감한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 비용 확대에 대한 우려도 녹아 있다.
다음 분기까지 이어지는 변수
골드만삭스는 2026년 4분기 브렌트유·WTI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90달러·83달러로 제시했다. 다만 중동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상방, 수요 약화 시 하방이라는 '양면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브렌트유가 3분기 배럴당 168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쟁 전 대비 약 176% 높은 수준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허준영 교수는 "이란이 주변국 원유 시설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실제로 봉쇄를 단행할지, 아니면 협상 복귀 압박 수단으로만 활용할지가 향후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다. 다음 주요 체크포인트는 이란이 새 조건을 제시하는지 여부와, 이스라엘-레바논 교전 상황의 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