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다. 10년 새 진료 인원이 2.4배로 늘었지만, 이 질환을 전담 관리할 법률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유튜브에는 전문의 이름을 내건 노인 건강 영상이 쏟아지고 있고, 그 절반 가까이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만성콩팥병, 노인에게 집중되는 이유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비정상 상태로 유지되는 질환이다. 국내 성인 전체 유병률은 8.4%지만, 70세 이상에서는 26.5%까지 치솟는다. 노화 자체가 신장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데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겹치면 속도가 빨라진다. 실제로 국내 만성콩팥병 원인 1위는 당뇨병, 2위는 고혈압으로,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이 두 질환에서 비롯된다.
진행이 오래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 선택지가 없다. 2022년 기준 혈액투석 환자 한 명의 연간 총진료비는 2736만 원이다. 2023년 투석 관련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2조 6000억 원에 달했다.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이 숫자는 더 커진다.
법안은 발의됐지만 아직 진행 중
2026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만성콩팥병관리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만성콩팥병을 '생존형 만성질환'으로 규정하고, 조기 발견부터 투석 관리까지 국가가 전주기를 책임지는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성진 교수는 "국제신장학회, 미국신장학회 등이 이례적으로 해당 법안에 공식 지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내 단일 질환 관련 법안에 복수의 국제 학술단체가 지지를 표명한 사례는 드물다.
2025년 12월에는 대한신장학회가 '근거 기반의 노인 만성콩팥병 환자 혈압 조절 진료지침'을 발표하며 임상 현장의 체계화에도 나섰다. 노인 환자는 일반 성인과 혈압 목표치나 약물 선택 기준이 달라, 별도 지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유튜브 건강정보의 다른 위기
제도 공백 못지않게 조용히 커지는 위험이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유튜브 노인 건강 관련 영상 상위 100건을 분석했더니, 42건이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였다. 그 중 24건은 실존하지 않는 전문가 얼굴과 이름을 내건 사칭 영상이었다. 반면 실제 전문가가 직접 출연한 영상은 전체의 6%인 6건에 그쳤다. AI 제작 영상이 실제 전문가 영상보다 7배 많은 셈이다.
문제는 이 영상의 주요 소비층이 건강에 예민한 고령층이라는 점이다. 60대의 45.4%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건강정보를 검색한다고 조사됐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함께 건강정보 콘텐츠가 점차 정교해지면서 고령층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기관의 인식조사에서는 국민 63.6%가 부정확한 건강정보를 경험했으며,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퍼지는 분야는 식품·영양제로 60.7%를 차지했다.
놓치기 쉬운 신호들 — 갑상선과 보행
만성콩팥병 외에도 노인에게 조용히 쌓이는 건강 문제가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특히 여성 노인에서 흔한데, 피로·체중 증가·변비·추위 민감 등의 증상이 노화나 우울증, 심하면 치매 증상과 겹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방치되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보행 변화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각·청각·고유 수용성 감각과 하지 근력이 함께 줄어들면서 균형 능력이 떨어진다. 보행 폭이 좁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며,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 변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기능의 복합적 저하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조심하면 된다"는 조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이 세 가지 — 만성콩팥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보행 기능 저하 — 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갑상선 호르몬 대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근감소와 균형 저하는 낙상으로 이어져 입원과 기능 악화를 가속한다. 노인 건강은 단일 질환 단위로 보기 어렵다.
만성콩팥병관리법안의 국회 심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허위 건강정보 규제 방안도 논의 초기 단계다. 60대 이상 가족과 함께 건강 영상을 볼 때 출연자 이름을 검색해 보는 것, 그리고 콩팥 건강을 확인하는 간단한 혈액·소변 검사를 정기검진 항목에 포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