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3,058명으로 확정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년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전국 40개 의대 총장·학장단이 화상 회의를 열고 이 수치를 교육부에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1년여간의 의정 갈등이 일단 봉합된 형국이었다.
증원 철회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2월, 정부는 3,058명이던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고 전공의 이탈이 이어졌다. 2025학년도에는 한시적으로 4,567명을 모집했지만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2026학년도부터 2024학년도 정원인 3,058명으로 원상복귀하는 쪽을 택했다.
이 결정이 입시 현장에 미친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정원이 축소되면서 최상위권 경쟁이 더욱 압축됐고, 의약계열 합격선은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정원을 줄였는데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진 셈이다. 이런 압박 속에서 예상치 못한 소비 현상도 나타났다. 건당 35만 원에 달하는 '의대 진학 사주 컨설팅'이 화제가 됐다. 자녀의 의대 합격 가능성을 사주나 관상으로 점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2026년 6월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 입시 불안이 이성적 판단의 경계를 얼마나 쉽게 넘어서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2027년 이후 정원, 15명이 숫자를 계산한다
3,058명은 어디까지나 2026학년도 결론이다. 2027학년도 이후의 정원은 별도 기구가 맡는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7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위원 15명을 위촉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학회 등 공급자 단체 추천 8명, 수요자 단체 추천 4명, 학회·연구기관 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을 맡은 김태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은 첫 회의에서 "의사인력 추계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5년 12월 22일 열린 제11차 회의에서 위원회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I 생산성을 추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의사 근무일수 산정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놓고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11번 만났는데도 핵심 변수를 합산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추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2027학년도 정원은 사실상 미정 상태다.
인천이 유독 불리한 이유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국립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가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 두 곳의 사립 의대가 있지만, 두 곳 모두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이다. 인천경실련은 수급추계위 자료를 근거로 인천이 2025년 기준 이미 의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조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선 것이 국립인천대학교다. 인천대는 입학 정원 50명, 총정원 300명 규모의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6년 2월에는 인천광역시 의료원과 MOU를 체결했고, 같은 달 전체 학생회 간부 216명이 설립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인천대 이인재 총장은 "공공의대 설립은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인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근본 과제"라고 말했다. 인천시의료원 장석일 원장도 "인천의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이 맞닿아 있다"고 거들었다.
숫자가 없으면 논쟁도 끝나지 않는다
다만 짚어둘 것이 있다. 공공의대 설립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하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인천 지역의 수요 부족을 수치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위원회가 AI 생산성 변수 하나를 두고도 합의를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인천 공공의대의 설립 근거 역시 아직 흔들리는 토대 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수급추계위의 다음 회의 결과와, 인천대 공공의대의 교육부 설립 인가 신청 시점이 이 논의의 다음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정원 숫자 하나가 입시 경쟁을 바꾸고, 지역 의료 지형을 바꾸고, 부모들을 사주 카페로 이끈다. 그 숫자를 어떻게 계산하느냐는 결코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