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와 강남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이 LLM 기반 정신과 초진 면담 AI를 개발해 가상 환자 1,440명 실험에서 30분 이내 핵심 임상 정보 수집 효과를 입증했다. 같은 시기, 돌봄 현장에서는 배설·이동 보조 로봇이 요양 시설로 진입하고 있고, 건설 대형사들은 AI를 경영 인프라로 규정했다. 의료·돌봄·건설 세 산업에서 AI가 동시에 실험 단계를 지나 운영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이 2026년 들어 뚜렷해졌다.
의사 면담 전에 AI와 먼저 대화한다
KAIST 전산학부 이의진 교수·산업디자인학과 이탁연 교수 연구팀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은주 교수 연구팀은 2026년 5월 24일 LLM 기반 정신과 초진 면담 지원 시스템을 공식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 AI와 먼저 대화하며 증상과 상태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AI는 환자 응답에 따라 대화 흐름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수집된 정보를 임상 대시보드로 시각화해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의사는 초진 문진 대신 심층 상담과 최종 진단에 집중하는 구조다.
연구 결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학회 ACM CHI 2026에 4월 13일 먼저 발표됐다. 이의진 교수는 "AI가 초진 단계의 부담을 줄이면, 의료진은 환자와 더 깊이 있는 상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디지털 콜럼버스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다.
요양원 침대 옆까지 들어온 피지컬 AI
돌봄 현장의 변화는 더 물리적이다. 피지컬 AI 기술은 이동 보조, 배설 케어, 재활, 자세 변환 등 인력 의존도가 높은 신체 접점 영역에 집중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립요양원에서 와상 환자의 배변·세정을 자동 처리하는 배설케어로봇과 요양보호사 근력 부담을 줄이는 웨어러블 로봇을 시범 운영 중이다. 국립재활원도 9개 분야 돌봄 로봇 실증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침대-휠체어 이동 보조와 욕창 예방 자세 변환 기술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KB금융그룹은 2026년 5월 AI EXPO KOREA에서 생성형 AI 전문기업 제논(GENON)과 공동 개발한 시니어 케어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젠피(GenP)'를 공개하고, 7월 요양 시설 자율주행형 케어로봇 시범 도입 계획을 밝혔다. KB금융은 정서·인지 돌봄에서 시작해 비접촉 물리 작업, 보행 보조, 고난도 전면 신체 케어로 이어지는 4단계 피지컬 AI 로드맵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도 2026년 3월부터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장기요양·일상생활 서비스를 통합 연계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핵심 기술로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인체 골격 인식과 4D 레이더·깊이 센싱을 결합한 낙상 감지 솔루션, 밀리미터파(mmWave) 레이더 기술이 꼽힌다.
건설 현장의 AI 전환, "선택이 아닌 생존"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AI를 이미 전제된 경영 인프라로 규정하는 기조를 확인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든 업무 과정과 임직원 의사결정이 AI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AI 네이티브' 로드맵을 실행 중이며, 2025년 11월 'AI Day'에서 관련 성과와 전략을 공유했다. GS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했고, AI 하자 예방 플랫폼을 통해 최근 1년간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하자 판정 0건을 달성했다. GS건설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AI 솔루션 공급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선언했고, DL이앤씨는 AI를 전 업무 영역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DL이앤씨의 자율주행 드론 AI 하자 점검 시스템은 이미 50개 이상 현장에 적용됐다. 기계설비 분야 전문가는 "시공 관리자는 AI와 로봇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사결정하는 '정밀 시공 매니저'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산의 속도를 제약하는 변수들
다만 짚어둘 지점이 있다. 피지컬 AI 돌봄 인프라에 대해 업계 전문가 사이에서 구조적 우려가 나온다. 2026년 로봇미래전략컨퍼런스에서 한 전문가는 "현재의 인프라는 정부 의존도가 높고 정부 표준과 스펙에 갇혀, 시장이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술 실증이 속도를 내더라도 민간 자생 성장 기반이 취약하면 확산에 한계가 생긴다는 시각이다.
의료 AI의 경우에도 정신과 초진 면담 시스템은 가상 환자 실험 단계를 통과했지만, 실제 임상 환경 적용까지는 규제 검토와 의료 현장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에이전틱 AI 전반에 대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사람-에이전트-시스템이 혼합된 업무 구조가 산업 전반에 퍼지는 초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진단했고, Gartner는 2026년까지 전체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40%가 작업 특화 AI 에이전트를 통합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수용 속도와 제도·인프라 정비 속도 사이의 격차가 세 산업 모두에서 공통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