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이 2분기 AI 반도체 매출 143% 성장이라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3분기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반도체주 전반에 차익 실현 매도가 쏟아졌다. 6월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874포인트 넘게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S&P500도 소폭 올랐으나 나스닥은 0.09% 하락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약 6% 급락하는 사이 헬스케어·금융주는 강세를 보이며 자금 이동의 방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브로드컴 실적 발표, 무엇이 문제였나
브로드컴은 6월 3일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221억9200만 달러였고, AI 반도체 매출은 143% 늘어난 108억 달러를 기록했다. 혹 탄 CEO는 "2분기 AI 반도체 매출 108억 달러는 자사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라고 직접 밝혔다.
문제는 다음 분기였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3분기 AI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160억 달러였는데, 시장 컨센서스는 163억6000만~172억 달러 수준이었다. 총매출 전망치도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하거나 간신히 부합하는 수준에 그쳤다. 수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브로드컴發 연쇄 매도… 지수별 온도 차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약 14% 급락했다. 정규장이 열리자 낙폭은 15%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 충격은 업종 전반으로 번졌다. 마이크론이 7% 넘게 떨어졌고, AMD와 인텔도 각각 4%가량 내려앉았다. 슈퍼마이크로 역시 7%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약 6% 끌어내렸다.
반도체 업종이 무너지는 동안 다른 섹터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헬스케어가 3.1%, 금융이 2.67%, 부동산이 1.87% 오르며 8개 업종이 상승했다. 기술 업종만 1.8% 내렸다. UnitedHealth는 5.7% 넘게 뛰었고, JP모간체이스와 월마트도 각각 3%, 1% 안팎 올랐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게 있다. 다우지수가 장중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51,561.93에 마감한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은 소폭 내렸다는 대비다. 같은 날, 같은 시장에서 두 지수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실적은 좋았다" — 그러나 시장은 그 이상을 원했다
크루 어드바이저스의 더스틴 대커리 CIO는 "브로드컴 실적은 가이던스를 제외하면 좋은 결과였다. 단지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진단은 이날 매도세의 성격을 잘 요약한다. 실적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이미 올라 있던 기대치의 문제였다.
혹 탄 CEO는 콜에서 2026 회계연도 전체 AI 반도체 매출 목표인 560억 달러를 재확인했다. 전년 대비 약 180% 성장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7 회계연도는 100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도 밝혔다. 3분기 AI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지했다. 애플, 앤트로픽, 구글, 메타, 오픈AI 등 6개 핵심 고객사도 공개하며 성장 동력이 분산돼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연간 목표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했던 '깜짝 상향'은 나오지 않았고, 이 점이 추가 매도의 빌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 지표·연준 변수도 시장 위에 얹혔다
이날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5000건으로 시장 예상치 21만5000건을 웃돌며 올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 시장이 완만하게 식고 있다는 신호다.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75%로 반영하고 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6월 정책회의를 앞두고 고용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I 반도체 업종의 급락이 단기 차익 실현에 그칠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맞물려 더 넓은 기술주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7월 연준 회의 전후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음 주 발표될 5월 고용 지표가 그 방향을 가늠하는 첫 번째 데이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