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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단어짜리 경고장 — 교황이 AI를 바벨탑에 비유한 이유

2026년 5월 25일, 교황 레오 14세는 4만 단어 분량의 회칙에서 AI 기술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와 독립적 감시 체계를 전 세계에 촉구했다. 같은 해 1월 한국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최초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보키(BOKI)'를 내부망에 구축했다. 윤리적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의와 실무 도입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다.

편집부 · 2026.05.25 · 5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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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5일, 교황 레오 14세는 바티칸 시노드 강당에서 즉위 후 첫 회칙 '마그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를 공식 반포했다. 같은 해 1월 한국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최초로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보키(BOKI)'를 내부 전용망에 구축했다. AI를 둘러싼 윤리 경고와 실무 확산이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교황이 꺼낸 'AI 무장해제'

회칙은 4만 단어 이상, 82페이지·245개 항으로 구성된 교황 문헌 중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다. 레오 14세는 AI를 바벨탑에 비유하며 단일한 힘과 사고방식이 인간을 지배할 위험을 경고했다. "무장해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회칙의 핵심 문제의식은 권력 집중이다. 교황은 "AI가 소수에 집중될 때 새로운 종속과 배제, 조작 및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경제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 라벨링, 모델 훈련 등 수백만 명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기대고 있다며 이를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로 규정한 대목도 주목받았다.

Vatican documents and papal encyclical pages spread on a wooden desk, symbolizing ethical AI governance debate.

회칙 발표 자리에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토퍼 올라(Chris Olah)가 추기경단·신학자들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바티칸이 앤트로픽을 선택한 배경으로는 안전성을 우선하는 회사 기조가 교회의 AI 윤리 접근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회칙 서명일은 레오 13세의 '레룸 노바룸' 반포 135주년인 5월 15일로, 산업화 시대의 노동 문제를 다뤘던 그 문헌과 의도적으로 연결 지어진 날짜다.

한국은행 '보키', GPU 80장으로 쌓은 내부망

한국은행은 2026년 1월 21일 네이버와의 민관 협력을 통해 금융·경제 특화 소버린 AI 플랫폼 보키를 공개했다. 외부 네트워크와 완전히 분리된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설치돼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LLM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한국은행이 금융·경제 특화 AI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운영하는 구조다.

구축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약 140만 건의 내부 문서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준화했다. 확보한 GPU는 80장으로, 세계 중앙은행 중 최대 규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금융 경제의 역사와 제도, 문화적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는 AI를 개발하기 위해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맥락에 최적화된 AI를 직접 운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Hands operating a terminal keyboard with code and data streams visible on monitor screens.

한국은행이 2023년 내부 업무용 챗봇 '복실이'를 개발해 전사적 AI 도입 기반을 마련한 이후, 2024년 네이버와 본격 협력에 착수해 보키로 이어진 흐름이다. 2020년부터 AI·기계학습을 활용한 조사연구 고도화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정립을 추진해 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약사는 대체되나, 협업하나

보건의료 분야의 시각은 보다 세분화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약사·한약사의 AI 대체 가능성 지수는 17%로, 의사·간호사와 함께 AI 보완도가 높은 상위 직업군에 분류됐다. 미국 연구진이 JMIR Medical Informatic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AI 조제 검증 정보를 참고한 약사의 오류 판별 정확도가 96.1%로, 미활용 시의 81.2%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약사회 약사학술제 심포지엄에서 이화여대 김명규 교수는 "AI가 대체하는 것은 약사 자체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라고 진단했다. 성균관대 김현수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AI를 사용하는 약사가, 사용하지 않는 약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도구 수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약계 전반에서 AI를 경쟁자가 아닌 협업 도구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A pharmacy counter with organized medication shelves and a computer interface, showing human-AI collaboration in healthcare.

다만 제도적 경계는 아직 유동적이다. 2026년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르면 약국에서 활용되는 생성형 AI는 '고영향 AI'와 '생성형 AI'에 동시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보건의료 영역 AI는 고영향 AI로 분류된다. 약학정보원은 2026년 2월 팜리뷰를 통해 생성형 AI의 약사 실무 적용 가능성과 윤리적 고려사항을 정리하며 법적 프레임 안에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AI 확산이 남긴 변수들

골드만삭스는 2026년을 기점으로 AI가 개인형 에이전트, 초대형 산업 동맹, 전력 확보 경쟁을 축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3년 대비 2030년에 17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고, 올해 세계 AI 시장 설비투자는 527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산업연구원은 AI가 전체 일자리의 13%에 해당하는 약 327만 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교황의 회칙이 제기한 질문은 기술의 존부가 아니라 통제 주체와 수혜 범위다. 다음 주목할 분기점은 각국의 AI 규제 입법 속도와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논의다. 특히 인공지능기본법 시행 이후 국내 고영향 AI 지정 기준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보건의료·금융 분야 실무에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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