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최저임금 심의장과 한국은행 금리 결정 논의에까지 번졌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 2026년 최저임금 2차 심의에서 반도체 업계 성과급을 박탈감의 근거로 꺼냈고, 블룸버그는 이를 한은 금리 인상 명분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성과급이 단순한 노사 이슈를 넘어 거시경제 변수로 작동하는 구도다.
최저임금 심의장까지 들어온 반도체 성과급
2026년 최저임금 2차 심의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이 각자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같은 소재, 즉 반도체 업계 고액 성과급을 함께 꺼내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본부장은 "반도체 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이라며 성과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반도체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는 논리였다.
노동자 측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했다. 반도체 업계 일부 직군의 성과급이 연 6억 원을 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 심의 과정에서 거론됐다. 심의장 안팎에서 "같은 나라, 같은 시대에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가 공론화된 셈이다.
노조 내부 갈등과 '트럼프 연봉' 비교표 파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는 호황 성과의 배분 방식을 두고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반도체 업황 자체가 만들어낸 실적을 경영진이 개인 역량으로 포장해 성과를 전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누가 이 파이를 키웠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유포된 연봉 비교표 하나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비교표에는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위원장의 연봉이 9억 원으로 기재돼 있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봉 6억 원을 상회한다고 표기됐다. 해당 수치의 정확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이 비교표가 빠르게 확산됐다는 사실 자체가, 반도체 노조 내부의 처우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방증한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이 구조의 장기 리스크를 짚었다. "지금은 성과급 잔치처럼 보일지 몰라도"라고 전제한 뒤, 고액 성과급 정규직 일자리가 대규모로 유지될 경우 기업이 AI·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분배 문제가 중장기 고용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K반도체의 구조적 편중 리스크
성과급 논쟁과 별개로, K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AI용 반도체 생산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부품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산업용 메모리와 로봇·자동화기기용 반도체 수요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AI 이외 분야에서 공급 대응 능력이 취약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한 분야의 집중이 다른 분야의 취약성을 만드는 편중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5월 26일 반도체 업계의 고액 성과급 지급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고임금 소비가 내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도체 호황이 거시경제 정책 결정의 변수로 편입되는 흐름이다.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성과급 논쟁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타격 우려가 제기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리스크에 훨훨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과 품질 보증이 핵심인 바이오 산업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고객사 신뢰가 먼저 흔들린다는 뜻이다.
카카오에서도 성과급·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반영 기준을 둘러싸고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5월 26일 2차 조정이 결렬될 경우 공동체 차원의 대규모 쟁의로 번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반도체에서 바이오, IT 플랫폼까지 성과 배분 논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다만 짚어둘 게 있다. 이 논쟁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다. 기준의 투명성과 납득 가능성이 없는 한, 호황기일수록 내부 갈등은 커지는 구조다. 최저임금 심의 결과와 한국은행의 다음 통화정책 결정이 이 흐름의 가장 가까운 확인 지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