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2026년 5월 26일 하루 만에 23.61% 급등하며 종가 106만8000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111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26만원대에서 출발한 주가가 약 4개월 만에 4배 이상 뛴 것이다.
AI 기판 품귀, 방아쇠를 당기다
주가 급등의 핵심에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RF-SiP, FC-CSP 등 반도체 패키지 기판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면서 고성능 연산에 필수적인 이 기판들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iM증권 연구원은 "FC-BGA는 산업 내 공급 부족 심화로 후발 주자인 LG이노텍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B증권에 따르면 LG이노텍의 기판 사업 생산 라인은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에도 100% 가동 상태를 유지 중이다.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판 사업 최대 비수기인 2분기에도 생산라인 가동률은 100%, 풀가동 상태를 지속 중"이라고 명시했다. KB증권은 기판 사업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8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빅테크 다수가 LG이노텍에 대규모 선수금 지급, 위약금 조항을 포함한 장기공급계약, 설비투자 지원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메모리 반도체 계약 구조와 유사한 빅테크의 설비투자 지원, 선수금 지급, 장기공급계약 확대는 실적 가시성 확대로 이어져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주가 동조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7년부터는 신규 빅테크 고객사 6개사가 추가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비전 센싱 모듈 고객도 미국 3대 휴머노이드 업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카메라 모듈이 아직도 버팀목
LG이노텍을 카메라 모듈 회사로만 알고 있다면 절반만 맞는 말이다. 다만 카메라 모듈이 여전히 실적의 핵심 기둥인 것도 사실이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5조5348억원, 영업이익은 2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36%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계절적 비수기인데도 모바일 카메라 모듈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졌고, 고부가 반도체 기판의 공급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의존도는 매출 기준 약 83.6%에 달한다. 아이폰17 시리즈 판매 호조가 1분기 실적을 이끌었고,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에는 아이폰 최초로 가변 조리개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가변조리개 카메라 모듈 채용에 따른 ASP(평균판매단가) 상승 효과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변 조리개 채택은 카메라 모듈 ASP를 10~20% 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과열 우려와 남은 변수
증권사 목표주가는 일제히 상향됐다. 하나증권은 기존 7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120만원으로 올렸다. KB증권은 이튿날인 27일 다시 160만원으로 추가 상향하며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 기판의 원가 비중이 이전 세대 대비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 증가한 1조11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짚어둘 대목이 있다.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가 80%를 넘는 구조는 아이폰 판매 사이클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상존시킨다. 기판 사업의 빠른 성장이 이 구조적 리스크를 희석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가 대규모 설치기반을 활용한 인공지능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공격적 출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제했는데, 이 전망이 빗나갈 경우 기판 수요의 기울기도 달라질 수 있다.
LG이노텍은 구미사업장에 차세대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며, 상용화 목표는 2027~2028년이다. 패키지솔루션(기판) 사업 매출은 2025년 1조7000억원에서 2027년 2조5000억원, 영업이익률도 7.5%에서 16%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확인 시점은 8월 예정인 2분기 실적 발표다. 비수기에도 100% 가동된 기판 라인의 수익이 숫자로 드러나는 자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