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6월 2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서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5의 첫 실물 모형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나흘 전인 5월 29일엔 7세대 HBM4E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다. 두 발표 사이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00조원 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HBM5와 HPB, 무엇이 달라지나
HBM5는 현재 양산 중인 HBM4E보다 한 세대 앞선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목업에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이 담겼다. 하나는 업계 최초로 적용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열관리 기술 HPB(Heat Path Block)다.
HPB는 PHY(물리 계층) 영역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별도 경로로 분산·방출하는 구조다. 열 저항을 낮추고 동작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AI 가속기가 고집적·고성능으로 진화할수록 발열 제어가 병목이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설계다. 삼성전자 DS부문 송재혁 CTO(사장)는 현장 기술설명회에서 "AI 시스템이 초고성능·초고집적 구조로 진화하면서 데이터 처리 효율과 열관리 기술까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스 다이 공정도 바뀐다. HBM4E까지는 4나노 공정이 쓰였으나, HBM5는 자체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여러 고객사에 샘플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HBM4E 12단, 수치로 본 성능
HBM5 공개에 앞서 삼성전자는 5월 29일 HBM4E 12단 샘플 출하를 발표했다. 당초 일정보다 2~3개월 빠른 출하였다. 삼성전자는 2월 HBM4(6세대)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데 이어, 3월 엔비디아 GTC 2026에서 HBM4E 실물 칩을 처음 공개하고, 5월 말 12단 샘플 출하까지 네 달 만에 세대를 이어갔다.
성능 수치는 뚜렷하다. HBM4E 12단은 전 세대 대비 속도 20%, 용량 30%, 에너지 효율 16%, 열저항 특성 14% 이상 개선됐다.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16Gbps, 최대 대역폭은 초당 4TB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담당 부사장은 "압도적인 기술 초격차와 선제적인 생산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강력하게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4E 출하 발표 직후인 6월 1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보통주와 우선주 합산 기준으로 2015조 7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단일 종목 최초 200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도 7000조원을 넘어섰다.
자본시장의 시각 — 기대와 유보 사이
삼성전자의 연속 발표는 국내외 자본시장을 빠르게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4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고, 5월 27일 18종이 동시 상장됐다. 총 상장 규모는 약 4조 3227억원이었다.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일주일간 삼성전자 관련 ETF에 약 8000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 온체인 시장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됐다. 5월 31일 기준 일주일 동안 한국 반도체 연동 온체인 상품 거래대금은 약 1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토큰화 주식 파생상품 일일 거래량은 5월 18일 기준 35억 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초 4억 6000만 달러 대비 5개월 만에 676% 늘어난 수치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자인 SK하이닉스가 HBM3E 공급에서 선행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급망 채택 여부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제도적 기준이 명확해질 경우 주식 토큰화 시장은 실물자산 토큰화(RWA) 내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규제 명확성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레버리지 ETF 역시 단기 변동성 확대 리스크를 수반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삼성전자의 다음 마일스톤은 HBM5 정식 샘플 출하 시점이다. 현재 고객사 샘플링이 진행 중인 만큼, 주요 고객사의 채택 공시 여부가 주가와 시장 분위기의 다음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송재혁 CTO는 컴퓨텍스 현장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로직,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통합 역량을 강조했다. HBM5 양산 공정 전환과 2나노 파운드리 수율이 이 구도의 실질적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