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6월 11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서 15세 이상 취업자가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했다. 2024년 12월(-5만 2,000명)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된 수치다. 올해 들어 취업자 증감 추이는 1월 +10만 8,000명, 2월 +23만 4,000명, 3월 +20만 6,000명, 4월 +7만 4,000명으로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려왔다. 5월 마이너스 전환은 그 곡선의 끝점이다.
하강 곡선의 배경
고용률 지표도 일제히 내려앉았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전년 동월 대비 0.5%p 하락했는데, 이 낙폭은 202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70.2%로 0.3%p 떨어졌다. 실업률은 2.9%로 0.1%p 올랐고, 경제활동참가율은 65.2%로 0.4%p 낮아졌다.
비경제활동인구가 26만 4,000명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일자리를 찾다가 포기한 이들이 통계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재정경제부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고용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공식 평가했다.
제조업과 청년, 이중 타격
산업 분류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 제조업이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 감소했다. 2019년 2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며, 23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제조업 취업자는 438만 2,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 3,000명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로봇 도입이 활발한 자동차 업계에서 고용 위축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도 8만 9,000명 줄었다. 반면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21만 2,000명), 예술스포츠및여가관련서비스업(+4만 4,000명)은 늘었다. 돌봄·여가 서비스 쪽에서 증가분이 나왔지만 제조·기술 부문의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청년층 타격은 더 직접적이다. 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감소해 4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 폭 자체는 2021년 1월 이후 최대다.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2.4%p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7.2%로 올해 1~5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25만 1,000명)와 40대(-4만 3,000명)가 크게 줄었고, 60세 이상(+17만 1,000명)과 30대(+6만 2,000명)는 증가했다.
고용의 질 지표인 상용직도 5월에 7,000명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상용직 비중은 57.5%로 역대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절대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임시직도 12만 1,000명 줄었다.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통계에서 가장 주목할 수치다.
구조적 변화인가, 일시적 충격인가
낙관론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고용보험 데이터를 보면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제조업·건설업에 집중된 타격이 전체 경기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4개월째 감소세지만, 보건·복지 분야는 꾸준한 흡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비율이 2024년 28%에서 2026년 40%로 급상승했다. 제조업에서 로봇·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는 시점에 중동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쳤다. 단기 경기 충격과 구조적 일자리 대체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정부 대응과 남은 변수
재정경제부는 "업종별·계층별 일자리 영향을 자세히 점검하고 고용안정지원조치 시행·보완과제 발굴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6월 12일 긴급 고용상황 점검회의를 열었으며,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고용위기지역 지정·버팀이음프로젝트 등의 조치를 가동 중이다. 청년뉴딜 추진 계획도 병행되고 있다.
다음 가늠 시점은 7월 중 발표될 6월 고용동향이다. 6월 추경 효과가 수치에 반영될지, 아니면 중동발 불확실성이 계속 발목을 잡을지가 관건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가 12개월 연속 감소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단기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