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무실 복귀를 명령한 이유는 생산성이 아니었다. 피츠버그대·코넬대·스탠퍼드대 등 복수의 연구팀이 S&P 500 기업을 분석한 결과, 복귀 명령의 실질 동기는 고가 부동산 활용 부담과 경영진의 통제권 욕구로 수렴됐다. 반면 재택을 유지한 기업들은 핵심 인재 이탈을 막으며 그 결정을 경쟁 우위로 전환하고 있다.
복귀 명령이 쏟아진 배경
팬데믹 정점이던 시기, 미국 전체 유급 근로일의 60%가 넘는 날들이 재택으로 채워졌다. 이후 비율은 빠르게 떨어졌지만 2023년부터는 약 25~28% 수준에서 사실상 멈췄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닉 블룸은 이 수치가 정체된 시점을 두고 "사무실 복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의 복귀 명령은 오히려 거세졌다. Fortune 100대 기업 중 전면 복귀를 시행 중인 곳은 2023년 2분기에는 5%에 불과했다. 2025년 2분기에는 54%로 치솟았다. 수치만 보면 '복귀 대세'처럼 읽힌다. 다만 이 흐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복귀 명령의 실제 동기 — 연구가 밝힌 3가지
부동산 비용 압박. 코넬대 숀 플린 연구팀은 장기 고가 임차 계약을 맺은 기업일수록 복귀 명령을 내린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LinkedI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코리 칸텐가도 같은 맥락을 짚었다. "값비싼 사무실 부동산 활용이 복귀 명령의 이유 중 하나"라는 그의 표현은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속내를 직접 드러낸 것이다.
통제권 재확보. 피츠버그대 카츠경영대학원의 마크 마 교수 연구팀은 S&P 500 기업 137개사의 복귀 명령을 분석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복귀 명령은 재무 성과나 주가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못했다. 마 교수는 "복귀 명령은 성과 개선보다 통제권 재확보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주가 하락 이후 복귀를 의무화하는 경향도 포착됐는데,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직원 근무 방식으로 돌리려는 구도였다.
자발적 퇴사 유도. BambooHR 조사에서 임원의 25%가 해고 비용 없이 인원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복귀 명령을 활용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조용한 해고'라 불리는 이 전략이 의사결정층의 4명 중 1명 수준에서 실제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재택 유지 기업이 실제로 얻은 것
복귀 명령의 결과는 어떠했는가. 마 교수 팀의 연구는 복귀 명령이 여성·고숙련·고연차 직원의 이직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문서화했다. 핵심 인재일수록 선택지가 많고, 선택지가 있는 직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에서 떠난다. 복귀를 요구받으면 퇴사를 포함해 거부하겠다는 근로자가 56%에 달한다는 수치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또는 완전 원격 정책을 유지 중인 기업들은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스탠퍼드·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88%가 향후 12개월 내 정책 변경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재택 정책은 이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인재 유치 경쟁력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시장이 다른 이유
한국의 재택근무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4.4% 수준으로, 미국의 25%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재택근무를 운영하는 기업은 절반에 가깝지만, 실제 활용 인구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한국경총의 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겠다는 기업이 과반이었다.
이 격차는 단순히 문화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성과 측정 방식, 관리자 신뢰 구조, 업종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구들이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하나다. 복귀 여부보다 '왜 그 결정을 했는가'가 결과를 가른다. 데이터 없이 분위기로 내려진 복귀 명령은 인재 유출로 마무리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의 근무 방식 결정을 점검할 때는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복귀 명령의 근거로 제시된 데이터가 내부에서 실제로 측정된 것인지, 부동산 계약이나 비용 구조가 결정에 개입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핵심 직군의 이직 의향이 정책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다. 이 세 질문이 기업의 결정을 재택 정착 방향과 복귀 방향으로 갈라놓는 실질적인 기준에 가장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