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전국 22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이틀 뒤 사퇴했다.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 일부는 6월 6일 아이유·이동욱·소녀시대 유리 등 연예인 SNS로 몰려가 선결제를 요구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2024년 탄핵 집회 당시 약 700인분 음식을 후원했던 아이유의 과거 선행이, 요구의 근거로 소환된 셈이다.
탄핵 집회 선결제, 어떤 일이었나
2024년 12월 14일,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빵 100개, 음료 100잔, 국밥·곰탕 100그릇, 따로국밥 100그릇, 떡 100개 등 약 700인분 분량의 음식과 핫팩을 선결제했다. 소속사는 공식 팬 카페를 통해 "추운 날씨에 아이크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는 유애나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고 공지했다. 공식 팬클럽 '유애나' 비회원도 집회 참여자라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팬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컸다. 자발적 후원이라는 성격이 분명했기에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투표소 50곳 용지 부족,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실제로 발생했다. 이 중 22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긴급히 추가 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도 67곳에 달했다. 피해가 가장 집중된 서울 송파구에서는 14개 투표소가 영향을 받았다.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했으며, 해당 투표함은 최종적으로 46시간 만에 개표가 마무리됐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 상승을 고려해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줄여 인쇄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6월 5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경기 과천 청사에서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동반 사의를 밝혔다. 선관위는 6월 10일경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최소 열흘간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왜 분노는 연예인 SNS로 향했나
6월 6일,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 일부가 아이유·이동욱·소녀시대 유리 등의 SNS 계정에 선결제를 요구하는 댓글을 집중적으로 남겼다. "잠실 스벅 선결제 안 하냐", "커피차 보내라" 같은 요구가 대표적이었다. 논란이 된 아이유 게시물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촬영 관련 역사 고증 논란에 대한 사과문이었다. 선거 사태와 무관한 게시물이었지만, 그 댓글창이 집중 타깃이 됐다. 캡처 이미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담엔터테인먼트는 6월 6일 기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선행의 자발성, 어디까지가 선인가
주목할 대목은 요구의 논리 구조다. 2024년 탄핵 집회 당시의 선결제는 소속사가 팬과 시민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정한 지원이었다. 그 행위를 근거로 삼아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자발적 선행의 성격을 바꿔놓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 번 한 선행이 의무가 될 수는 없다", "선의를 강요의 근거로 쓰면 안 된다"는 비판 여론도 형성됐다.
다만 시위대 전체가 댓글 요구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 선관위의 구조적 실책에 집중해야 할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새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관위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 결과 발표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이 논란의 실질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