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SNS 1위를 이끌며 인터넷소통대상을 8년 연속 받은 공공 캐릭터 '고양고양이'가 2023년부터 고양시 공식 채널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시청 직원이 직접 고안해 12년간 쌓아온 도시 브랜드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단절된 것이다. 시의회 질의, 경기도의원 피켓시위, 지상파 방송까지 이어진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시청 직원이 만든 비공식 캐릭터의 탄생
고양고양이는 처음부터 '공식'이 아니었다. 2011년 고양시 SNS 담당 직원이 지명 '고양'이 고양이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특유의 '고양체' 말투로 SNS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외주 홍보사가 아닌 시청 내부에서 자생한 아이디어였다.
반응은 예상을 넘었다. 2012년 공식 페이스북 개설 이후 팔로워가 빠르게 늘었고, 2013년에는 기존 공식 마스코트 '코코'를 밀어내고 고양고양이가 고양시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됐다. 비공식에서 공식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 드문 사례였다.
페이스북 좋아요 10만, 수상 8연속…숫자로 본 전성기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2014년 12월 18일 고양시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며 전국 지자체 SNS 1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인터넷소통대상은 8년 연속 수상했고, '우리 동네 캐릭터 대상' 2년 연속 최우수상,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디지털소통 평가 지자체 부문 5년 연속 1위도 뒤따랐다.
이 성과는 단순한 인기 지표가 아니었다. 예산을 쏟은 대형 홍보 캠페인 없이, 캐릭터 하나로 도시 이름을 전국에 각인시킨 드문 공공 브랜딩 사례였다. 고양시 페이스북 좋아요는 2026년 6월 기준으로도 13만 9천여 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6월 민선 8기 이동환 시장이 취임했다. 2023년 3월부터 고양시 홈페이지와 공식 SNS에서 고양고양이가 순차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리를 메운 건 5천 년 전 고양 지역에서 발견된 가와지볍씨를 모티브로 한 '고양가와지볍씨' 캐릭터였다.
"정책 홍보에 방해" vs "도시 자산의 단절"
고양시의 공식 입장은 명확하다. 이동환 시장은 2024년 11월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캐릭터 활용 홍보전략은 고양이 캐릭터에만 매몰되어 정책 홍보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시 관계자도 "시민들이 정책보다 고양고양이 캐릭터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호 고양시의원은 같은 시정질의에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양고양이 캐릭터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명재성 의원은 2025년 12월 고양시청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캐릭터 존재가치는 지속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공공PR 전문가 이우람 PR펌 대표는 "도시 브랜드는 시장의 임기보다 길어야 한다"고 짚었다. 캐릭터가 정책의 도구인지, 도시의 자산인지에 대한 관점 차이가 이 논란의 핵심이다.
지상파까지 번진 논란, 남겨진 질문
2026년 1월 29일 MBC '실화탐사대'가 고양고양이 폐지 논란을 방영하면서 사안은 전국구 이슈가 됐다. 방송 이후 고양시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고양고양이를 돌려달라'는 시민 댓글이 잇따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고양시는 "폐지한 적은 없다, 리뉴얼 과정에서 노출이 줄어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시의회에서 "리뉴얼 활용 계획이 없다"고 공식 답변한 이상, 사실상 퇴출이라는 해석은 좁혀지지 않는다.
이 사례는 고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I·SEOUL·U'도 시장 교체 이후 논란에 휘말렸다. 공공 캐릭터·슬로건·도시 브랜드가 선출직 임기에 맞춰 교체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브랜드 자산은 계속 리셋된다. 고양고양이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도시의 얼굴은 누가, 얼마나 오래 책임지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