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출 2위에 올라섰다. 프랑스 수출액은 1억 달러를 넘겼다. 뷰티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나라에서 이 숫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대기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K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를 연달아 열고, 중소·인디 브랜드는 숏폼 영상 하나로 수만 명의 팬을 모은다. K콘텐츠 확산의 방식이, 속도가, 주체가 동시에 달라지고 있다.
두 트랙으로 달리는 해외 공략
CJ는 더 CJ컵을 단순한 골프 행사로 두지 않았다. 현장에는 K푸드·K뷰티·K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차려졌고, 24만 명의 방문객이 이를 직접 경험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현장 점검 자리에서 "더 CJ컵을 미국 내 K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소비재의 쇼룸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롯데는 마드리드에서 'Seoul Salon' 행사를 열어 유럽 소비자를 직접 공략했다. K뷰티·K푸드·K팝을 한 자리에 묶었다. LA에서 열린 K-엑스포에는 3만여 명이 모였다. 대기업들이 오프라인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건 디지털 노출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실물 경험'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의도다.
틱톡이 바꾼 팬덤의 지형
대기업이 오프라인 거점을 다지는 동안, 중소·인디 브랜드는 SNS로 다른 방식의 확산을 만들어 냈다. 틱톡·인스타그램에서 퍼진 바이럴 영상은 K뷰티의 미국 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됐다. 아마존·세포라·얼타뷰티 같은 주요 유통 채널로 연결되는 고리도 SNS 팬덤에서 출발한다.
K패션도 흐름이 비슷하다.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대기업 지원 없이 SNS 팬덤만으로 해외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가 먼저 알려지고, 그 다음에 유통이 따라오는 순서다. 애경산업은 중국 시장에서 틱톡·콰이쇼우 중심으로 채널을 재편해 매출 반등을 이뤄냈다. 플랫폼이 시장 진입 전략 자체를 바꿔 놓았다.
명동도 달라졌다. SNS로 K컬처를 먼저 접한 서구·중동·남미의 개별 관광객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단체 관광 중심이었던 예전과 결이 다른 풍경이다. 이 관광객들은 이미 브랜드를 알고, 사고 싶은 제품을 특정한 채 명동에 온다.
숫자 뒤의 과제들
장밋빛 수치 아래 경쟁도 치열해졌다. 국내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며 K뷰티 시장 안에서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 뷰티 브랜드 입장에서는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새 경쟁자가 늘어나는 이중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칸 영화제에서는 K무비의 미래와 글로벌 세일즈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K콘텐츠 전반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어떻게 돈으로 연결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질문이 함께 커진다. 한 업계 전문가는 "플랫폼 알고리즘 의존도가 높은 인디 브랜드의 경우 SNS 트렌드가 꺾이는 순간 매출 하락이 빠르다"고 짚는다. 바이럴이 강한 만큼 변동성도 크다는 얘기다.
지금 주목할 다음 지점
K뷰티의 수출 상승세가 유지되려면 유통 채널 다변화와 브랜드 자체 경쟁력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세포라 같은 기존 채널이 안정적이라면, 틱톡숍처럼 SNS와 커머스가 합쳐진 신규 채널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어느 한쪽만 보고 있다간 흐름을 놓친다.
6월 이후 유럽 주요 도시에서 K브랜드 팝업과 체험 행사가 추가로 예정돼 있다. 칸에서 시작된 K무비 논의가 하반기 콘텐츠 판매 계약으로 이어질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K콘텐츠가 어느 시장에서 다음 수치를 만들어 내는지, 지표는 계속 업데이트된다.




